[데스크칼럼] 감귤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
[데스크칼럼] 감귤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
  • 김용덕
  • 승인 2007.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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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봉인가

제주감귤은 1995년 6ㆍ27선거로 시작된 민선지사 선출이후 정치작물화됐다.

민선1기 전 신구범 지사 때부터 민선 2~3기 전 우근민 지사와 지금의 민선3~4기의 김태환 지사에 이르기까지 감귤은 그야말로 선출직에 있어 ‘표’다.

감귤은 80년대까지 ‘대학나무’로 불리웠던 제주의 생명산업이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민선도지사에게 감귤은 당락의 열쇠로 각인된 당선인감도장인 셈이다.

전 신 지사와 우 지사 때 제주정가에 회오리쳤던 감귤 박 불법매립문제와 감귤 대풍에 따른 산지폐기와 가격 하락으로 성난 농심들이 제주도청 앞 도로에 감귤을 트럭으로 쏟아 부은 사례는 기억이 생생하다. 이 것 만인가. 지난해 한ㆍ미FTA로 제주도가 들썩거렸다. 김태환 지사가 미국을 오간 것만 해도 수차례다. 이렇듯 감귤은 선출직 도지사에게는 최고의 현안이자 정치적 이슈다.

최근 김 도정이 비상품감귤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선과장별 책임공무원 실명제 추진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감귤유통명령 위반으로 적발된 15개 선과장 책임공무원 55명(읍면동장 10명, 간부공무원 30명, 책임공무원 15명-제주시 3개 선과장, 서귀포시 12개 선과장)에게 레드카드를 첫 발부(주의)한 것이다. 3번이상 걸리면 인사조치된다.

이를 놓고 공직사회에선 말이 많다. “걸핏하면 공무원만 득달,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감귤판매까지 해당국장 책임하에 친인척은 물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는 지사의 엄명이 떨어졌으니 그럴만도 하다. 언제부턴가 이런 말이 나돌았다. “공무원은 봉인가”. 지금 이 말은 감귤 정치작물화의 희생자를 빗대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농가는 어떤가. 책임은커녕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행정의존도만 점점 키우고 있을 뿐이다.

시장 논리에 맡기자

일전 동료 기자가 산남 지역 감귤농가를 방문, 해당 농가와 솔직 담백하게 나눴던 얘기를 꺼낸 바 있다.

“제주감귤 농가는 복받은 사람들이다”. 하우스 재배는 60% 남고 노지감귤은 80%의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은 행정이 다 알아서 해주니 이 보다 더한 농사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요지였다. 그러면서 1년에 과수원에 가는 날은 손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잘하는 농가의 얘기다. 그러나 상당수의 농가들은 무임승차하고 있다. 남들 눈치보고, 상인과 밭떼기 거래로 1년 농사 뚝딱이다.

기자 역시 공휴일 산남지역에 가면서 과원을 보니 감귤 달린 모습이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 서귀포농협 강희철 조합장이 하던 말이 있다. “올해는 감귤이 포도송이처럼 열렸다”고.

감귤 대풍이다. 열매솎기로 7만t을 따내도 생산예상량은 65만t. 당초 농협에서 추정했던 70만t 이상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 선과장 뿐 아니라 상인, 농가 할 것없이 단속의 눈을 피해 비상품감귤 유통에 혈안이다.
“당국이 팔 걷어붙여 막아도 막아낼 도리가 없다” 한 농협 관계자의 푸념섞인 이야기는 이미 도가 지나쳤음을 뜻한다.

“막아도 안되고 홍보해도 귀 막았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이젠 더 이상 행정이 관여해선 안된다. 시장논리에 맡기는게 상책이다”

적자생존의 원리속에 잘하는 농가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농가는 스스로 조정되도록 시장자유경쟁의 논리에 놔두자는 얘기다. 어제 오늘의 논의가 아니다.

올해산 감귤 끝났다?

올해산 감귤은 감귤유통명령제 도입이후 최악의 상태다. 국내 최고 도매시장인 서울가락공판장의 평균 경락가(10kg 기준)가 6500원대로 떨어졌다. 회복세는 감감이다.

“현재 40여만t의 감귤이 남아있다. 이를 내년 설날 전후를 감안해 지금부터 50일동안 감귤을 출하한다고 해도 하루 8000t을 내보내야 한다”

한 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산지폐기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소한 지금단계에서 10만t은 산지에서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안되면 감귤 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었다. 올해산 감귤의 경우 산도가 낮아 저장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농가들이 저장에 돌입하고 있다. 저장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감귤 값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홍보비는 홍보비대로 들고, 사람은 고생하고, 그렇다고 감귤 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감귤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소리다.

행정과 농협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범도민적 차원의 감귤소비촉진 운동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판촉활동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반전의 기세는 없다.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요란한 소리 잠재우고 가격을 올리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누구나 아는 비상품 다 없애고 고품질 감귤만 출하하는 것이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농가,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

김  용  덕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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