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지는 감귤산업 누구의 책임인가?
어려워지는 감귤산업 누구의 책임인가?
  • 고계추 전무이사
  • 승인 2004.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업농이 문제다

올해 감귤이 풍작이라 한다. 가뭄이 계속되어 작은 비상품감귤이 너무 많이 달렸다. 감귤가격은 보나마나 곤두박질 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최선의 대안은 열매솎기 이외 별 대안이 없다. 행정기관과 농협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감귤열매솎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농촌으로 들어가 보면 열매솎기 열풍이 확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 피동적이다. 마지못해 움직이는 농가들은 오히려 불평을 늘어놓는다. 불평은 감귤가격 좋았던 그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옛날에는 작은 다마도 없어서 못 팔았는데, 애써 지은 농사 왜 버리라 하는지, 농심을 아는지, 책상 앞에만 있는 사람들이 무얼 알아.”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업으로 농사를 짓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부업으로 복에 겨워 감귤농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댄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농사지어 생계를 꾸려가는 전업농들은 야단법석 큰일이라 하는데, 배부른 부업농들은 뒷손 쥐어 불구경하면서 불평은 먼저 한다.

떡 반 찾아 먹는 일에는 앞장을 선다. 이 것이 제주감귤산업의 뒷모습이다. 전업농들은 열매솎기, 간벌, 전정 등 누가 시켜서 하지 않는다. 스스로 알아서 철저히 한다. 문제는 감귤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부업농들이 문제다. 그래서 감귤산업은 감귤전업농에게 돌려주어야 감귤이 살아난다.

감귤산업의 모습을 제대로 보라

행정기관이나 농협은 누구를 위한 몸부림인가? 감귤산업은 누구를 위해 살려내야 하는가? 농촌을 지키고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순수한 농민을 위해서다. 감귤산업의 구조를 정확하게 보자.

감귤농장을 비 농민과 농민 그리고 부업과 전업을 명확하게 구분해 보라. 2002년도 제주도 농업 인구 37,850명 중 전업인구는 18,218명으로 48%다. 감귤산업은 전업비율이 이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감귤정책을 전업농 중심으로 이끌어가라.

부업으로 관리인 두고 농사 짓는 사람, 좋은 직장 다니면서 부업으로 농사짓는 사람들과 감귤에 매달려 열심히 농사짓는 사람들과의 농사에 대한 사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나 외지인이 가지고 있는 감귤농장을 가보라. 열매솎기, 간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감귤산업은 과잉생산에 찌들고 있다. 소득이 엉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개방화에 대응한 과수산업 발전 방안”에 의하면 감귤소득은 10a당 90년 1,222천원 이었던 것이 2002년에는 356천원으로 71%의 소득 감소다. 제주도 감귤농가들은 이 모습을 알고 있는가? 더 한탄스러운 것은 다른 과실은 모두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데, 왜, 하필 감귤만 줄어들고 있을까?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과 1,258천원에서 2,189천원(174%), 배 1,181천원에서 1,882천원(159%), 단감 915천원에서 1,142천원(125%), 포도 972천원에서 2,250천원(231%), 복승아 744원에서 1,924천원(259%)으로 모두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나무 감귤이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나? 누군가 대답해 보라, 정치작물로 몰아 부친 결과물의 모습이다.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은 논의보다 행동이 중요

지난날 감귤을 정치작물로 낙인찍던 그런 행정 이제는 안 된다. 땜질씩 감귤정책도 안 된다. 감귤을 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을 치유해주어야 한다. 우선 맛있는 감귤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맛있는 감귤을 만들려면 품종이 좋아야 한다. 비배관리는 양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모든 것에 우선해서 확실한 품종갱신사업을 최우선으로 전개해야한다. 시과나 배 등 다른 과실의 품종갱신 노력을 배워야 한다. 맛있고 향기로운 최고의 감귤품종을 확보하고, 과잉되는 조생온주를 확 바꾸어 나가는 지원정책을 세워야한다.

모든 예산을 이쪽으로 투입시켜보라.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시키면 된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폐원 이상의 감산효과도 얻어 낸다. 지금까지 몰라서가 못한 것 아니다. 우선순위가 잘못되었고, 정책의 강도가 잘못되었을 뿐이다. 이제부터는 논의보다 행동으로 실행해 보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