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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어제 올해 외국인 관광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행정 당국과 관광협회는 제주관광 50년사에 한 획(劃)을 긋는 쾌거이자 기념비적 업적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제주를 국제관광지라며 떠든 지 20여 년 만에 비록 마음에는 차지 않지만 연간 외국인 관광객 50만을 넘어서 100만 시대를 바라보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50년 제주관광사에는 부끄러운 과거사도 있다. 1988년의 경우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고작 20만 명이었다. 이 정도를 놓고 국제적 관광지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수다를 떨었으니 이제 와서 생각하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가. 이에 비하면 외국인 광광 객 연간 50만 명 돌파는 당국의 평가처럼 획기적이요, 반가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만약 외국 관광객 연간 100만 명 시대가 가능하다면 그 때는 또 다시 50만 명을 놓고 “쾌거다, 기념비적이다” 좋아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국제관광지” 운운하던 지금의 일이 또 한 번 부끄러워 질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50만 명을 두고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그에 앞서 외국인 관광객 80만 명, 혹은 100만 명 시대를 한해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기반시설 등 관광관련사업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국제적 제주관광지’를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는 때가 바로 그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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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일류 제주국제관광지로 행세하려면 외국인 관광객만으로는 배가 고프다. 거기에는 그에 걸 맞는 내국인 관광객 수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설사 외국인 관광객이 80만, 100만 명이 드나들고 그에 상응한 관광지와 관광시설이 갖추어 진다해도 상대적으로 내국인 관광객이 턱 없이 빈약하다면 그것은 절름발이 국제관광지일 수밖에 없다. 외국 손님들은 해마다 불어나 100만 명을 향해 나아가는 데, 나라 안 손님들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증가하더라도 유치 목표를 크게 채우지 못해 안달이라면 그것은 제대로운 세계 일류 국제관광지가 아니다. 사리(事理)가 이러함에도 올해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 유치목표 500만 명을 채우기 어렵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목표를 16% 이상 초과 달성했는데도 내국인 관광객은 미달할 것이라니 제주국제관광지가 균형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 관광지다운 곳이 되려면 외국관광객과 내국관광객이 비슷한 비율로 동반 증가해 주는 게 좋다. 그래야 상호 상승효과를 내면서 제주관광이 더욱 발전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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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관광객을 최대한 유치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 길은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예외 없이 하늘 길을 터주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제주관광 저해 원인을 오로지 바가지요금, 불친절, 관광자원과 시설의 취약, 볼거리-즐길 거리-먹거리의 빈약에서만 찾는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오류다. 물론 이런 것들은 여러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제대로 트이지 못한 채 비좁기만 한 하늘 길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다. 제주에 국내외 관광객을 최대한 유치하는 유일한 길은 하늘 길 신설-확장이다. 또한 이 하늘 길을 신설-확장하기 위해서는 제2공항 건설이 절대적이다. 현재의 제주공항으로서는 확장을 해도 수많은 항공기 이착륙에 한계가 있다. 한해라도 빨리 제2공항을 추진해야 한다. 경남 권에서는 불과 2년 전에야 추진하기 시작한 새 국제공항을 성사단계 까지 올려놓았는데, 이미 20년 전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제주국제공항 이설 혹은 제2 신공항 건설은 어찌하여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인가. 만약 누구든 오래 전부터 비행기 좌석 걱정 없이 언제 어느 때든 마음대로 제주를 오갈 수 있었다면 아마 외국인 50만 명 시대, 내국인 500만명 시대는 몇 해 전 찾아 왔을 터이다. 세계 일류 국제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국내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오로지 신공항을 건설하는 길뿐이다. 여기에 제주도 관광의 운명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