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국민이 노망하고 있다
[세평시평] 국민이 노망하고 있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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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늙어서 망령을 부림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노망하는 노인, 노망을 부리다, 노망을 떨다, 날보고 노망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등의 예문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여러 가지 욕설이 있다. 상대방의 비방, 흠집 내기, 깎아내리기 등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에 젊은이와 연로한 사람 사이에는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연로한 분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노망해염수광.”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젊은이 보고 너 왜 약속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이 가관이다. “아이고, 깜박했수다.”라는 답변이 나온다. 이런 경우 욕에 대한 점수가 100점짜리라면 사과의 점수는 10점도 안 될 것이다. 황희정승처럼 아내에게도 사과하고 케네디처럼 욕보다 칭찬을 앞세울 수 있는 한반도의 정치인은 없는가?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비리 의혹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예로 들면서 “우리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가짜가 되고 유권자도 가짜 좋아하는 가짜가 된다.”고 했으며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 앞서는 후보가 되니 정말 이상한 나라.”라고 했다. 참으로 이상한 말들의 연속이다. 치과 병원에 가서 흔들리는 이를 뽑아버리고 새롭게 올곧은 이로 박아야 정확한 발음이 나올 것인가.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닌가, 대한민국이 가짜, 가짜 좋아하는 가짜 유권자, 이상한 나라……. 이러한 이야기들이 제정신 하에서 나왔는가. 실로 망발중에 최우수 망발로서 한반도의 정치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까맣게 잊은 것 같다. 자신과 소속 당의 위치는 까맣게 잊은 채 상대방에게만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것도 가장 저속하고 노망스런 말로 노망을 부리고 있다. 진짜 노망인이 아니고서야 이런 노망을 부릴 수가 있겠는가. 톨스토이의 “남의 결점이 눈에 띄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잊어버렸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라는 말처럼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다.

왜 우리를 지지해 주지 않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를 되돌아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비방과 폄하의 물결이 그만 사라졌으면 좋겠다. 너는 이런 결점들이 있지 않느냐 라는 말보다 나는 이런 일을 우선 실천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상대를 끌어내릴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길을 밝힐 시간도 모자란데……. 올곧은 국민에게 노망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노망자다.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다. 정당은 정치 이상 실현을 목적으로 조직된 정치단체다. 이제 우리의 정당들은 사분 요얼의 구태에서 벗어나 오로지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두 나라 당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열린당이 닫은 당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보수와 진보, 여권과 야권으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 싸움에서 이 후보의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것을 반성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오충일 대표는 “이 후보는 피의자, 범죄자로 불릴 정도지만 지지도는 그대로 가고 있고 이회창 후보마저 정후보를 앞지르고 있다.”며 “국민이 우리에게 등지고 갈만큼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민심이 야속하지만 민심을 이렇게 만든 책임은 우리한테 있다.”고 했다. 참으로 정치 원로다운 이야기 들이다.

이제 노망이라는 용어가 정치무대에서 깨끗이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문   태   길
제주평생교육봉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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