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2007년의 기록 '전ㆍ현직 지사 재판'
[김광호 칼럼] 2007년의 기록 '전ㆍ현직 지사 재판'
  • 김광호
  • 승인 200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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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유죄 갈린 우, 신 전 지사

올 해처럼 대법원에 도민들의 눈과 귀가 쏠렸던 해는 없었다. 전.현직 지사 3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1, 2심 또는 2심 법정을 드나들어야 했고,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 봐야 했다.

아마도 한 지방의 전.현직 수장이 한 해 형사사건과 관련해 잇따라 법정에 선 일은 국내는 물론 외국의 사례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울 것이다. 혐의야 어떻든, 죄가 있든 없든, 도민의 입장에서는 자존심과 직결되는 일이다.

물론 본인들에게는 억울한 면이 많을 줄 안다. 실제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우근민 전 지사가 지난해 1, 2심 법원에 이어 지난 3월 31일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우 전 지사를 기소했으나, 법원은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들까지 구속돼 함께 재판을 받아야 했던 우 전 지사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무죄를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했으니 다행이다.

반대로 이 보다 앞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신구범 전 지사는 지난 30일 서울고법의 파기 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끝내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본인과 돈을 준 사람은 뇌물이 아니라 복지재단 출연금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법원과 대법원은 뇌물로 인정했다.

신 전 지사가 파기 환송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지도 주목을 끈다. 그러나 대법원과 파기 환송심은 신 전 지사가 받은 30억원에 대해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추징은 하지 않았다. 신 전 지사는 이 부분에 대한 해석과 판단을 종합해 재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김태환 지사 사건의 파기 환송

김태환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대법원 파기 환송은 이미 기자가 수 차례 예상 기사를 통해 다룬 바 있지만, 상당 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이 사건 자체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명쾌한 해석과 결론은 내리지 않고 어정쩡한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판결에 앞서 공개 변론을 열지 않았다면 몰라도, 대부분 공개 변론 자체가 유.무죄의 판단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인식해 왔고, 대법원도 그 뉘앙스를 강하게 비춰 왔다.

특히 대법원이 “이 사건 압수수색 절차에서의 위법에 관해 심리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압수물을 증거로 삼아 유죄를 인정한 부분 및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부분을 파기한다”고 한데 대해 “대법원답지 않은 판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두루뭉실한 판결때문에 무죄 취지냐, 유죄 취지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제주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무죄 취지’ 기사를 썼지만, 일부 방송은 ‘무죄 취지가 아니다’고 엇갈린 보도를 하기도 했다.

대법원, 이미 판례 변경했어야

역시 가장 바람직했던 대법원의 접근 방법은 이미 지난 2월 절도사건 상고심을 통해 기존 형상불변론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영장 없이 수집한 압수물을 오히려 증거로 삼지 않은 2심의 절도사건 판결에 대해 “불법 수집한 증거도 증거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배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만 해도 곧 판례 변경이 예견된 상황이었던 만큼 전원합의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대법원이 판례 변경 조치를 취했다면, 김 지사 사건을 심리한 2심도 이를 재판에 반영했을 것이다. 결국, 대법원의 불충분한 심리로 인해 하급심만 비생산적인 재판을 계속해야 했다.

이 사건은 이달 18일 파기 환송심인 광주고법에서 다시 다뤄진다. 검찰은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입증할 증거 보강 작업을 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심 재판에 이어 파기 환송심 재판도 직접 관여(직관)하는 제주지검은 대법원이 제시한 “위법수집된 증거라도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 중시해 재판에 임할 태세다.

아울러 변호인 측도 ‘무죄 취지’의 판결이 무죄로 귀결되도록 강력한 변론에 대비할 것이다. 이르면 환송심 판결은 2~3개월 내 끝나고, 이후 2~3개월 안에 대법원 재상고심도 확정 판결될 전망이다.

어떻든, 이 사건 이전 판례 변경은 물론 이 사건에 대해 명쾌한 판결을 내리지 않은 대법원의 안이함(?)과 우 전 지사를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실책은 두고 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세 명의 전.현직 지사 사건으로 인해, 각자의 입장에서 손상된 다수 도민의 자존심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김   광   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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