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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ㆍ군 통합 당시 가장 우려했던 것은 통합시의 예산 감축이었다. 특히 남제주군과 서귀포시 주민들이 행정시 통합에 전폭 찬성하지 않은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1년여 만에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상당 부분 예산 집행권이 제주도로 넘어가게 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감소폭이 생각보다 크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귀포시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사업 예산은 일반회계 3508억원과 기타 특별회계 652억원 등 모두 4409억원이라고 한다. 통합시의 예산이므로 종전 시ㆍ군 예산 규모에 비하면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러나 종전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의 예산 점유율이 제주도 전체 예산의 2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7%포인트가 줄어 든 17%에 불과한 예산이다. 제주도의회의 서귀포시에 대한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해당 지역 도의원이 밝힌 내용이므로 크게 어긋나지 않은 분석일 것이다. 특히 “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도의 예산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산남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예산 체감도가 형편없다”는 지적에서 그 심각성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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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산남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이 산북 지역 주민들에 비해 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례로, 관광 및 농ㆍ수ㆍ축산 발전의 근간인 양대 도로에서도 그 실상은 잘 드러나고 있다. 평화로(서부산업도로)는 이미 시원히 뚫렸지만, 번영로(동부산업도로)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물론 평화로는 월드컵 특수에 의해 현대화가 앞당겨 졌다. 하지만 번영로는 명분이 없어서인지, 공사 속도가 시원찮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산남 지역, 특히 동부지역 주민들의 소외감과 불만을 떠트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말 뿐인 번영로를 하루 속히 진짜 번영로로 완전 탈바꿈 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지역세는 도시 면모 뿐아니라 유권자의 수와도 비례한다. 혹시, 인구가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임을 감안한 산북 우선의 개발 정책이라면 당장에 시정해야 한다. 물론 제주도는 차별화 정책이란 말 자체를 부정할 것이다. 그러나 의도된 차별화는 아니라 할 지라도, 오랜 세월 눈에 보이지 않게 차별화된 개발이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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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 지역 주민들이 제일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미진한 농로 포장이다. 주민들은 그나마 시ㆍ군이 통합 되기 전에는 시장ㆍ군수까지 마을을 돌며 이런 저런 현안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해결해 줬지만, 지금은 그런 형태의 모습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서귀포시 농어촌 도로 포장율이 겨우 40.3%에 그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물론 2006년말 통계로, 올 해 추가 포장분을 포함하면 포장율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사실, 시도(종전 군도) 포장보다 더 시급한 게 농로 포장이다. 시도는 꼭 필요한 노선만 잘 갖춰도 된다. 그러나 사정은 영 딴판이다. 불필요한 시도만 많고, 정작 농산물 수송에 원활을 기할 농로 포장은 아직도 뒷전인 곳이 수두룩하다.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역시 문화시설의 확충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문화 농어촌을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우선 애써 가꾼 농산물을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게 할 농로 포장사업부터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현 시점의 정확한 통계가 없어 확인이 어렵지만, 아마도 농로 포장 비율 역시 산북에 비해 산남이 취약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도는 내년도 예산에 반드시 산남 지역의 농로 포장 사업비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시ㆍ군 통폐합이 오히려 지역 발전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생각하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의식도 해소돼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