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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 이틀간 제17대 대통령 후보 등록이 끝나자 27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아마도 이번 대선(大選)에서는 예비후보 시절에도 그러해 온 것처럼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놓고 후보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그 하나는 BBK 문제다. 그러나 BBK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므로 그 결과에 따라 국민들 각자가 판단해서 투표하면 된다. 다른 하나는 공약을 둘러싼 싸움이다.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경우는 경선(競選) 때부터 시비가 오갔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각 후보들이 수없이 뱉어내고 있는 각종 공약을 놓고 상호 치열한 논쟁이 전개 될 터이다. 경제 회생 방안, 남-북 관계, 교육 개혁, 세제 개편, 부패 방지, 민생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해법이 후보마다 차이가 나고, 그 때문에 선거공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 공약의 내용과 실현성의 신뢰도에 따라 당락에 영향이 미치게 되므로 벌써부터 사생결단식 공방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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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서 각 후보들의 지방 공약은 특이하다. 빛깔 좋고, 고소하고, 그럴듯하다. 마치 ‘대선공약 전람회’라도 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지방 유권자들이 혹(惑 )하기에 충분하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의 표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그게 불가피한 수단으로 착각하고 있을 법도하다. 때문에 후보자들은 자신의 공약 중 실천이 힘들거나 불가능 한 것이 있음을 알면서도 급한 대로 표를 위해서는 공약(空約)이 되더라도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보자는 식인지도 모른다. 후보자들의 이러한 현상은 제주공약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후보자들과 그 측근들이 제주방문 때마다 쏟아내는 공약들은 분량 면에서 엄청나다. 내용으로 보더라도 만약 그 공약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제주는 천국이 될 것이다. 제주를 세계 일류 관광도시로, 역외 금융 센터로, 실업자 없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있는가 하면 헌법을 고쳐 제주도를 특별자치도 답게 지위를 확보해 주겠다는 공약도 있다. 아시아 공동체 수도로 만들겠다고도 하고, 동남아 중심도시로 건설하겠다고도 한다. 제2 신공항 건설, 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공적 추진 공약들도 물론 있다. 이러한 공약들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제주도민들의 기대를 부풀게 하기에 충분한 약속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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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빛깔 좋고, 고소하고, 그럴듯하더라도 흐느적거리는 갈대처럼 믿을 수 없는 게 ‘대통령 후보들의 제주공약’이다. 화순항의 자유무역항 개발도 과거 대통령 선거공약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뜬금없이 군항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가 지역주민의 반발만 사고 말았다. 국제금융센터 조성도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 날 대선 때 후보들의 입발림용으로 오르내렸지만 결과는 보다 시피다. 제주제2공항 즉, 신공항은 어떤가. 벌써부터 대통령 선거공약이었고 한때 두 군데의 후보지까지 물색해 둔적이 있었지만 허사였다. 대체로 대통령 후보들의 제주공약이라는 것이 그런 것들이었다. 차라리 제주도지사 후보나 제주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이 대통령선거 공약보다 실속이 있었다. 제주도민들은 적어도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만은 공약에 속아 잘못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BBK-삼성 등을 둘러싼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 막말과 거짓말들을 보라. 그런 후보들이라면 달콤한 공약으로 제주도민들을 속여 넘기기란 식은 죽 먹기다. 제주도민들의 17대 대선 선량(選良) 기준은 ‘지방공약’이 아니라 전국적ㆍ국가적 차원에서 결정돼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