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액비 대량 살포 '논란'
가축분뇨 액비 대량 살포 '논란'
  • 정흥남
  • 승인 200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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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이달 1300t 뿌릴 계획”…생태환경 훼손시비 불가피


서귀포시가 한반도 최대의 마르(maar)형 분화구 형태를 간직,‘원형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하논 생태숲 복원 예정지 일대 논에 막대한 양의 가축분뇨 액비 살포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르형 분화구는 원형 화구로, 화구의 가장자리가 약간 높고 화구(火口)는 지표보다 낮은 형태의 분화구를 지칭한다.

서귀포시는 가축분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가축분뇨를 사용한 자연순환 농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하논’일대 논농사 지역에 가축분뇨 액비를 살포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서귀포시는 이달중 이 일대 논 12만8204㎡에 가축분뇨 액비 1300t을 살포할 예정이다.

서귀포 하논 분하구 일대 논에 이처럼 가축분뇨 액비가 대량으로 살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귀포시는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연 2회 2600t의 가축분뇨 액비를 이곳 논에 살포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귀포시의 이같은 계획은 ‘하논 생태계’ 보호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논란을 몰고 오고 있다.

서귀포시는 하논 분화구 일대에 보존돼 있는 이탄(泥炭)습지 퇴적층에 이처럼 많은 양의 가축분뇨 액비를 살포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전 조사도 벌이지 않은 채 사업 강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처럼 막대한 양의 가축분뇨 액비가 이곳에 반입되기 위해서는 수백대의 운송차량 왕래가 불가피, 이로인한 생태계 훼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서귀포시의 가축분뇨 액비 대량살포는 결국 이곳을 생태숲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국내외 학계의 공감대와도 상반되는 것이어서 자칫 서귀포시가 하손일대 보호·보전 모다 이 일대 자연 생태계 훼손에 앞장선다는 비난까지 자초할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가축분뇨 액비 살포지역을 재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귀포시청 내부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허창현 서귀포시 청정축산과장은 “하논일대 논에 가축분뇨 액비를 살포할 경우 농작물 수확량 증가와 친환경 농업을 구현하는 측면, 화학비료 사용량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하논 일대 논에 살포되는 가축분뇨 액비는 악취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논 분화구

서귀포시 하논 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에 위치한 61만㎡(15만5000평) 규모의 타원형 화산체로 동서방향으로 1.8㎞, 남북방향으로 1.3㎞가 형성됐다.

그동안 열린 하논 분화구를 연구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 결과 이곳의 이탄(泥炭)습지 퇴적층은 동북아 5만년간의 고기후와 고식생 등 자연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평가됐다.

이탄습지는 물질을 썩게 하는 미생물이 부족해 꽃가루 등 식물들이 시대별로 퇴적돼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하논 분화구가 유일하다. 세종기지 남국탐험대도 이곳의 퇴적층을 굴착해 고기후 연구자료로 삼았다.
하논 분화구 일대는 현재 대부분 과수원 등이 조성돼 있는데다 서귀포 시가지와 인접해 있어 서귀포시가 한때 야구 훈련장으로 계획했다가 철회할 정도로 개발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귀포시는 2003년 4월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를 벌여 그해부터 2012년까지 7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서귀포시 호근동 하논 일대 61만㎡를 복원하는 하논 생태숲 복원사업에 나섰으나 토지보상비 488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하논 생태숲 복원사업은 현재 표류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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