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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의 제주와 2007년의 제주는 모든 면에서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변했다. 인구-도시-산업-교육-문화 등의 발전상이 그렇고, 해-공항 등 사회 간접 시설들이 그러하다. 또한 각종 제도와 행정구조면에서도 금석지감(今昔之感)이 크다. 일개 섬지방의 행정 단위에 불과했던 제주가 그 사이 ‘특별자치도’로 급 비상(飛翔)했고, ‘국제자유도시’로 지구촌에 문호를 개방했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관광지들과 경쟁하는 ‘국제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많이 변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제주 나들이와 제주 이주가 크게 급증했으며, 제주 인들의 외국나들이 역시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앞으로 지구촌 인사들의 제주도 출입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변방 제주 섬이 과거 오랜 세월을 두고 차츰 차츰 변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제주도의 급속한 변화는 역사적인 것이었다. 그 빠른 변혁은 가히 ‘혁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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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제주도의 모든 것이 1980년 이래 ‘혁명적’으로 급변해 왔으나 유독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비좁고 낡은 청사가 그것이다. 24년 전인 1983년 제주시 건입동 임항로 277번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이 청사는 연 건평이 고작 230평이다. 거기에다 주차 공간은 어이없게도 차량 2~3대를 세울 수 있을 뿐이란다. 청사 주변 또한 아파트 등 고층건물들이 에워 싸버려 민원인들이 찾아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선 읍-면-동사무소에도 크게 못 미치는 비좁고 낡은 청사에서, 국제자유도시요 특별자치도며 국제관광지인 제주도의 출입국관리 사무를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기관이 바로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다. 사정이 이러하니 외국 민원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직원들까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원실이 비좁은 것도 문제지만 회의실, 간담회 장, 직원 교육장, 거기에다 주차장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으니 외부 건물을 빌려 쓰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구멍가게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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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들이 보기에 얼마나 딱했으면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청사를 하루라도 빨리 새로 지어 이전 하라고 입을 모으겠는가. 아마 도민들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현 청사가 국제자유도시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체면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 모양이다. 사실이 그렇다. 과거에는 제주도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화교(華僑)를 제외하면 얼마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신부(神父) 등 특수 신분의 소수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제주도내 체류 외국인이 4000여 명에 이른다. 그리고 사증(査證)과 체류 등 출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드나드는 외국 민원인 등도 하루 평균 200~300명이나 된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도 50만 명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말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청사는 낡고 비좁고 주차장도 없는 그대로다. 어디 국제자유도시 체면이 서겠는가. 앞으로 제주에 영어타운, 외국의 각종 교육-의료시설, 그 외 투자시설 등이 들어서면 체류 외국인 3만 명 시대도 머지않을 줄 안다. 따라서 우리도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청사를 국제자유도시에 걸맞게 하루 속히 새로 지어 이전해 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이 어렵더라도 법무부의 특단의 배려가 있어야 하며, 제주도의 적극적 뒤받침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