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사용하는 언어는 알아듣기 어려운 묘한 표현들이 많이 있다.
‘감동 먹고 안습’이라 하기에 무슨 뜻인가 알아봤더니 ‘감격해서 눈물이 난다’를 나타낸 말이었다.
이따금 그들의 대화를 살펴보면 ‘영화 한편 감상하다 - 영화 한 편 때렸다’, ‘멋지다 - 죽인다’, ‘매우 소중하다 - 완소’, ‘감동 받았다 - 감동 먹었다’ 등 감정표현의 다양성을 언어에 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안습’이란 말이 어원이 궁금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난다를 눈(眼)에 습기가 찬 것으로 생각해서 줄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이 언어에는 특이한 것들이 많다.
걍 -그냥, 짱나 - 짜증나, 열나 - 매우, 지대 - 제대로, 당근 - 의례히, 취집 - 취직대신에 시집가버린다. 등 어원조차 찾기 힘든 말들이 있다.
젊은이들은 시대의 변천과 사회현상에 빗대어 신조어를 많이 생산해 내고 있다. 지난 4년간 인터넷누리꾼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가 3천5백여 개에 이르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IMF이후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불백(불쌍한 백수)과 화백(퇴직금이 두둑한 화려한 백수)이라는 말이 생겼고, 불백 대신 ‘명태족’ 화백 대신 ‘알밴 명태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 밖에도 ‘황태족(황당하게 퇴직당한 사람)’, ‘애바족(할 일없이 집에서 애나 보는 사람)’이라는 말들이 생겼다.
정년과 관련된 신조어로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의 있으며, 장기 미취업 실업자를 가리켜 ‘장미족’, 직장에서 퇴직압력을 받으면서 창밖을 쳐다보며 한숨짓는 사람을 가리켜 ‘면창족’이라 하며 놀리기도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여파로 인한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청년실업 120만 시대를 맞이하여 공시족(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과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태백, 십장생(십대도 장차 취업을 생각해야 한다)이 있는가 하면, 취업을 위해서 국내로 돌아온 유학생을 ‘연어족’, 어려운 취업에 성공하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했다고 해서 ‘낙바생’이 된다.
아내를 일터에 보내고 집안일을 대신하는 남자를 가리켜 ‘트로피 남편’으로 불리기도 한다.
높은 실업률은 빈부격차를 크게 벌여놓았고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야타족’ 과 ‘오랜지족’이 등장하고 이를 따라하려는 ‘낑깡족’이 생겼으며, 허영심만 가득찬 젊은이를 ‘된장녀’ 또는 ‘된장남’이라 불리고 이와 반대로 멋 부릴 줄 모르며 쩨쩨한 남자를 ‘고추장남’이라고 놀려대기도 한다.
정부의 교육정책의 실패여파로 해외유학 러쉬를 이루게 된다. 자녀들을 유학 보낸 부모들을 부의 기준에 따라 ‘독수리 아빠’,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 ‘황새 엄마’, ‘제비 엄마’, ‘노래방 엄마’로 분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재력가로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을 ‘우피족(well of older people)’, 인터넷에 무차별적 댓글을 올리는 사람을 ‘무한 폭격기 족’, 모든 일에 뛰어난 여자를 두고 ‘알파걸’ 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형만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사람들을 ‘몸짱’과 ‘몸꽝’, ‘얼짱’과 ‘얼꽝’ 등 2분법으로 분류시켜 놓고 ‘몸짱’ ‘얼짱’ 만들기에 혈안이 됨으로서 불경기 속에서도 유독 뷰티산업은 각광을 받고 있다.
좀 더 파격적인 신조어로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대통령의 모습을 빗대어 ‘놈현스럽다’, 자기당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고 날치기하는 국회의 모습을 ‘국회스럽다’, 행동과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고 논리 없이 자기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을 빗대어 ‘검사스럽다’ 등의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대통령을 상대로 말을 잘못 뱉었다가는 국가원수모독죄가 되어 신세망칠까 조심해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권위주의 시대가 사라진 것을 실감케 한다.
대통령이 얼마만큼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기에 실명을 함축시켜 신조어로 등장시켜 놓았을까.
언행은 사람의 품격을 저울질 하는 바로미터이다. 대통령의 품격을 저급하게 만든 대통령의 내뱉은 말들이 떠올라 씁쓰레한 기분이 든다.
젊은이들은 신조어를 만들며 카타르시스를 방출해 낸다. 사회변천과 시대상황을 한마디 단어에 담아내는 표현기법이 놀랍기만 하다.
신조어를 보면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사회현상을 회화적으로 나타내기도 하거니와, 신조어에는 세상을 풍자해내는 세련된 함축미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놈현스럽다’.
한 동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언어로 자리매김 할 것 같아 보인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