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천당에서 지옥으로
[세평시평] 천당에서 지옥으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이야기다. 하지만 금년 한여름 무더위를 뜨거운 가마솥에 넣고 불처럼 달구었던 이야기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야기다.

신정아와 청와대 정책기획실장인 변양균은 금년여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들이다. 이 두 사람은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지척에 화려한 최고급 오피스텔에 살면서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달콤한 사랑에 빠졌다.

이 두 사람은 날마다 매일 천당이었다.

천당에서 저들끼리 즐기는 것 까지는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10년을 즐기든 100년을 즐기든 우리가 알바 아니다. 문제는 신정아씨가 가짜학력을 가지고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가 아니라 그 뒤에 청와대 정책기획실장인 변양균씨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한 걸작품임에 국민들은 분노와 재미가 한꺼번에 같이 섞여 한여름 불볕더위를 뜨거운 가마솥에 넣고 달달 끓였다.

누구는 어렵게 외국에 나가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긴긴 세월 죽으라고 고생하며 공부하여 석박사를 받고 와도 취직이 안되어 고등백수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누구는 그 대학 마당도 안 구경하고 가짜 학위를 만들어 막강한 권력의 힘을 빌어 쉽게 대학교수가 되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요, 후진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대사건이었다.

그 당시 앉으나 서나 국민들은 이 두 사람 이야기로 심심치 않게 몇 개월 장시간을 한 여름 무더운 줄도 모르고 훌쩍 지나갔다. 셋만 모이면 신정아 변양균이야기였다.

이 두 사람 보통사람들 보다 몇 배 큰 간덩이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였다. 이 간 큰 두사람 때문에 작은 간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은 정말 간 떨어질 뻔 하였다는 이야기다.

그 당시 나는 어느 모임에 갔다가 까페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이 테이블에서도 신정아와 변양균 이야기, 저 테이블에서도 신정아와 변양균 이야기였다. 물론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서 차 마시는 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이든 어느 여자 분이 말했다.

“나쁜 여자다. 자기 아버지뻘의 남자와 사랑을 하다니… 먹은것이 모두 올라올 것 같다.”라고 하였다.

옆에 앉은 다른 분이 말했다.

“멍청한 여자다. 돈 없이 하루를 살아도 비슷한 연령끼리 사랑을 하던지,좋아를 하던지… 그 여자 미친여자다.”

그런데 또다른 분이 말했다.

“변양균씨가 불쌍하다. 어떻게 그 어려운 자리까지 왔는데 여자 때문에 무너지다니…”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방 팔방으로 공격의 화살이 쏟아졌다.

무엇이 불쌍해? 그 나쁜놈이 무엇이 불쌍해?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어느 원로 작가님이 입을 열었다.

“신정아? 그 여자 아주 영리한 여자요. 어느 곳 어디를 건드리면 돈과 권력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영특한 여자요.” 이 말에 시끄러웠던 까페는 순식간에 웃음이 터졌다. 이 두사람은 금년 우리사회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신정아 나이 35세.

변양균 나이 58세. 23세 나이차이다. 옛날이 아니어도 변씨에게 맏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3세의 나이차이도 접어두고 얼어죽을 사랑이란 이름아래 “사랑하는 정아야?”

요즘아이들 말을 빌리지 않아도 닭살이 아닐수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권력과 돈만 있으면 나이 불문하고 언제라도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물건처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남자들은 너무 부러워 신정아 이야기를 잠시도 놓지 않고 금년 한여름동안 계속 입에 물고 다녔다.

그러나 여자들 사회는 달랐다. 변씨가 차라리 사나이로서 도박을 했다면 좀 봐줄 수도 있는데 여자관계를 가지고 공직자로서 그렇고 그러니 “이게 뭡니까?”식이다. 여자사회에서 이 사건으로 우선 떠오르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도 아니요 당사자인 변씨도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변씨의 부인이라는 것이다. 말하나 마나 죽을 맛일 것이다.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 그 고통은 우리가 상상한 수준 이상일 것이다.

청와대 정책기획실장 변양균?

공무원 30년 바르게 산 사람? 대통령까지 나서서 “깜도 안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라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만천하에 공개했던 대통령의 오른팔이 아니었던가?

국민들은 대통령입이 닭털처럼 그렇게 가벼워 국정을 휘젓고 다닌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언론을 향해 욕했다.

“무책임한 주장을 함부로 기사라고 썼다. 법적대응 하겠다.”

그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정부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현 정부를 믿을 국민은 한사람도 없다.

신정아와 변양균 이 두 사람은 눈부시게 화려했던 꿈은 사라지고 지금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고  길  지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