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억어의 눈물'
[김덕남 칼럼] '억어의 눈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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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과 궤변은 불신의 씨앗

어머니는 “제발 내 아이를 돌려 달라”고 눈물로 애원했다. 악어는 말했다. “내가 이 아이를 돌려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알아맞히면 아이를 살려 주겠다”고. 악어는 이미 아이를 잡아먹을 작정이었다. 어머니가 어떤 대답을 하던 ‘틀렸다“고 말할 터였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에 악어는 ”당신의 답이 틀렸기 때문에 아이가 불쌍하지만 잡아먹을 수밖에 없다“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 우화(寓話)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고사(故事)다. ‘거짓과 위선’에 인용되는 말이다. 변명과 궤변의 논법인 ‘악어의 논법’ 또는 ‘상관궤변법(相關詭辯法) 논리의 기초다. 거짓과 위선과 변명과 궤변은 사회의 믿음을 허물어뜨리는 악성 종양이나 다름없다. 거기에서 반칙과 변절이 싹트고 갈등과 분열이 알을 깐다.

竹槍이 되어버린 '대쭉 이미지'

지난주 노정객(老政客)의 뜬금없는 대통령 출마 선언도 그렇다. 이회창씨의 경우다. 그는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2002년 대선 패배 다음 날인 12월20일, 눈물을 흘리며 ‘정계은퇴 선언’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웠지만 그의 진정성을 믿었다. 올해 새해 첫날도 “현실 정치에 참여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대쪽 같은 불출마 선언이었다. 그런데 그가 지난 7일,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그가 만들었고 자신을 두 차례나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줬던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법과 원칙’으로 연결되는 ‘대쪽 이미지’다. 그런데 이 같은 ‘대쪽’이 죽창(竹槍)이 되어 그의 정치적 텃밭이자 숨통이었던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옆구리를 찔러 버린 것이다. 그의 출마의 변은 궁색했다. 원칙을 저버렸고 명분까지 던져버렸다. 그래서 그의 ‘눈물의 정계 은퇴 선언’과 한나라당을 떠나면서 ‘목이 멘 출마선언’은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냐는 비판을 부르는 것이다.

정치는 사람속이는 기술

그러기에 노욕(老慾), 노추(老醜), 배신자, 새치기, 역사의 죄인, 또 다른 경선 불복 등등 온갖 험한 말들이 그에게 날아들고 있다. 그야 말로 정치권은 ‘이회창 신드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히 태풍 급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정치는 정책을 위한 정치가 실종 되어 버렸다. 권력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변칙과 반칙, 훼절과 야합, 음모와 협잡, 이것이 정치의 속성을 더욱 더럽고 역겹게 숙성시키고 있다. 아무리 정치가 사람을 속이는 기술이고 정치인은 거짓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정치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다”, “마음을 비웠다”, “나는 깨끗하다”는 말이 정치인들의 뻔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다고 해도 너무하다. 오늘 이 같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노정객의 ‘악어의 눈물’에서 비롯됐다면 그의 향후 입지가 어떻게 되든 불행한 역사로 기록될 것임에 틀림없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권력을 잡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그의 말대로 원칙과 반칙의 문제이며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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