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臨江의 사슴'이 주는 교훈
[데스크 칼럼] '臨江의 사슴'이 주는 교훈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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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의 병폐

우리네 전통 내훈(內訓)가운데 ‘임강(臨江)의 사슴’이라는 얘기가 있다. 당나라 때 학자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에서 비롯된 자녀 양육 슬기를 가르친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임강에 사는 어느 한 사람이 사냥갔다가 사슴새끼 한 마리를 잡아 왔다.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사슴새끼를 보자 으르렁댔다. 주인은 개들을 꾸짖고 쫓아내기를 수백번하며 이 사슴새끼를 애지중지했다. 개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 사슴새끼와 영켜 놀기 시작했다. 일부러 나뒹굴어주기까지 하니 사슴새끼는 그야말로 유아독존으로 변해갔다. 사슴은 이렇게 집안에서 자라다가 3년후 집밖에 나갔다. 길 바닥의 많은 개들이 으르렁대며 가까이 왔다. 사슴은 집안에서 하듯 엉켜 놀려고 했다. 개들은 ‘참 별것 다 보겠다’ 듯 달려들어 온 몸에 성한 곳 없이 물어뜯어 피투성이를 만들었다. 사슴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왜 이 꼴이 됐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녀들에 대한 과보호가 되돌려주는 보수(報酬)가 바로 이 임강의 사슴이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핵가족사에 대해 너무나 잘 들어맞는 내훈이기도 하다.

父親蒸發의 시대

핵가족화가 가져온 현대가정의 병폐 가운데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지는 부친증발(父親蒸發)이 있다. 이는 종종 치맛바람 등 모친남발(母親濫發)로 이어진다. 문제는 가족등식이 깨지면 사회병폐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권위가 작아지면 반비례로 어머니의 권위가 커간다. 여성권위 향상에 따른 부가현상이기도 하다. 이를 빗대는 말도 있다. “아버지는 돈 버는 기계, 어머니는 기계의 주인”이라고. 이 같은 인식이 뿌리내린 가정, 이미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얘기는 오래전 일이다. 어머니의 힘이 커지면 어머니가 할 일, 즉 모업(母業), 주부업((主婦業)을 가정밖으로 위탁하는 자기의무 소외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툭하면 하는 속어로 밥 짓는 건 전기밥솥(-하물며 전자렌지에 1분만 두면 먹을 수 있는 햇반이 나올 정도니)에, 빨래는 세탁소, 청소는 가정부, 아기보기는 유치원에, 그림그리기는 학원에 위탁하는 현상이 다 그렇다. 원숭이 양파 까들어가듯 벗겨 버리길 거듭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지금 우리 주위는 이렇게 변해가는 가정이 난무하고 있다. 남편이 돈을 못 벌어오면 이혼을 당하는 세상이다. 이는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세상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등식이 어울리는 세상을…

임강의 사슴이 주는 교훈은 비단 자식 양육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주인이 제역할 못한데서 비롯됐다. 주인의 계속된 사슴새끼 편애에 맞춰진 개의 아부도 결국 사슴의 유아독존을 부추겼다. 더 큰 문제는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틀 속에서 이뤄진 비현실적 삶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자기목숨조차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만 하는 임강의 사슴은 그래서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 매우 크다. 지금 우리에겐 우리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금 ‘임강의 사슴’은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 모두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의 역할, 가족의 현실, 그리고 사회가 가져다 주는 모든 필요 충분조건속에 정반합(正反合)은 늘 태동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등식이 어울리는 사회만들기를 위한 제재와 자성(自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바로 그 때가 아닐런지….

김   용   덕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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