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생복원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사설] 식생복원 함부로 해선 안 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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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때 진가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식생환경일 수록 불필요한 손길을 원치 않는다. 천연기념물인 천제연과 천지연 난대림지역에 대한 제주도의 식생복원 사업계획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외래수종과 칡넝쿨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칡은 번식력이 강해 순식간에 자생식물을 위협한다. 뿌리 뻗침이 왕성하고 잎이 워낙 무성해 토종식물을 쉽게 밀어낼 수 있다.

외래 수종도 당연히 제거돼야 한다. 저절로 자란 칡과 달리 외래수종은 사람이 심어 놨다. 이를테면, 천지연폭포 입구의 워싱턴야자수도 천지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래 수종이다.

도대체 누가, 왜 이곳에 이 나무를 식재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천지연 천혜의 식생환경에 먹칠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식생을 복원하는 일도 함부로 추진해선 안 된다. 자연생태는 그 자체에서 신비로움이 묻어나는 것이지, 사람의 손길에 의해 탄생하는 게 아니다.

생태환경 또는 훼손된 유적 그대로의 관광명소는 세계 유명 관광지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은 수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에 의해 주변 식생환경이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왔지만 인위적인 복원보다 자연복원에 치중하고 있다.

문화유적도 마찬가지다. 유명 관광지일 수록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도 제자리에 그대로 있게 하는 관광지를 추구하고 있다. 원래의 자연과 훼손된 유적, 그 자체에 관광객들은 더 호기심을 느끼고 감명을 받는다.

천제연과 천지연의 보배는 폭포와 계곡과 희귀수종인 담팔수 및 솔잎란, 산유자 등의 난대식물 군락이다. 제주도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수종과 칡넝쿨은 제거하되, 자생수종을 식재하는 인위적인 식생복원은 자제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식생이 스스로의 자생력에 의해 복원될 수 있도록 관찰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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