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제주지법, 이것이 시급하다
[김광호 칼럼] 제주지법, 이것이 시급하다
  • 김광호
  • 승인 2007.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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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민원실 분위기

최근 제주지법의 변화상이 눈에 띈다. 우선 종합민원실이 민원인들이 이용하기 쉽게 바뀌었다. 직원 편의위주의 민원실 내부 구조가 민원들의 이용에 편리하도록 은행창구 형태로 리모델링됐다.

무심코 지나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법원이 생긴 이래 민원인 서비스 위주의 민원실 변화는 사실상 처음이다. 아마도 “국민을 섬기는 법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부 운영 방침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정갑주 제주지방법원장도 민원인 편의위주의 법원 환경 조성에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법원 현관 앞 동쪽 편에 팔각정 형태의 휴게소를 만들고 직접 ‘쉼팡’이란 현판까지 써 걸었다. 법원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쉼터의 이름 ‘쉼팡’의 글씨도 팔각정+사람+지팡이+함박웃음을 짓는 형상으로 흥미롭게 씌어졌다. 민원인들에게 웃음과 편안함을 선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진짜 국민을 섬기는 법원은 외형의 변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민원인을 대하는 직원들도 ‘쉼팡’ 글자의 형상처럼 항상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는 열린 가슴을 지녀야 ‘국민과 함께 하는 법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어떻든 제주지법은 민원실 환경 개선과 쉼터 설치에 이어 201호 대법정을 국민참여재판 전담 법정으로 재구성해 배심원 참여 재판 준비까지 끝마쳤다. 이 정도면 환경과 법정 구성에 관한 한 손색이 없는 법원으로 변모한 셈이다.

‘판사 결원율 25%’ 충원해야

하지만 늘어나는 재판 업무를 전담할 법관은 여전히 부족하다. 제주지법의 현재 법관 수는 20명이다. 며칠 전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결원율이 25%나 된다. 전국 법원 중 4번째 결원율로, 4~5명의 법관이 더 충원돼야 정상적인 재판 업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들어 법관 1명이 하루에 형사 단독사건을 40~50건 이상 선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물론 재판 기일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추세 대로라면 과부하 현상이 일상화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세 명의 법관이 해야 할 재판(건수)을 두 명의 법관이 맡아 할 경우, 우선 법관이 격무로 고생하기 마련이다. 격무는 자칫 오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법관의 업무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 때문에 수요자인 국민이 느낄 불안감이 더 걱정이다.

특히 공판중심주의는 사실심리를 핵심으로 하는 재판이다. 법관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법관은 신(神)이 아니다. 그래서 삼심제도가 생겼다. 확신을 갖고 내린 판결도 오판이 나올 수 있다. 하물며 사실심리가 불충분한 판결일 경우 그 우려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미제사건의 양산도 법관 결원과 무관하지 않다. 법정기간을 넘긴 사건이 전국 법원마다 산적해 있고, 제주지법도 예외가 아니다. 사건 관계인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지연된 재판이 상당수에 이를 테지만, 법관 부족으로 인한 미제 건수도 적잖을 것이다.

고법 부장판사 발령할 때 됐다

정갑주 제주지법원장이 겸임하고 있는 광주고법 제주부 재판장도 이제는 고법 부장판사가 발령돼 전담해야 한다. 전국 지방법원 중에 법원장이 고법 부장판사를 겸해 재판을 맡고 있는 법원은 제주지법 뿐이다. 제주지방을 홀대하는 게 아니라면 무작정 이럴 수가 없는 일이다.

대법원은 예산 확보 문제를 들먹일 것이다. 지방법원장과 동급인 차관급 고법 부장판사를 발령하려면 그만큼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더 이상 법원장에게 고법 재판을 맡기는 것은 엄정한 판결과 지역의 기관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판사는 재판에서 법원장의 간섭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 외의 업무는 관리를 받는다. 법관이 판결한 1심 사건의 2심을 같은 법원장에게 판결토록 하는 것은 모양새로나 제도적으로나 불합리하다. 형사사건이든, 행정사건이든 특히 고위공직자와 지자체 관련 항소심을 기관장인 법원장이 맡는 것은 법원장 본인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대법원은 엄정성과 신뢰성, 접근성과 편리성 등 모든 부문에서 수요자인 국민을 위한 법원을 지향하고 있다. 제주지법의 부족한 법관 충원과 광주고법 제주부의 부장판사 임명도 이러한 측면에서 내년 초 법관 인사에서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선언적 방침 만으로는 수요자인 국민 곁에 다가 설 수 없고, 감동을 주는 법원도 될 수 없다.

김   광   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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