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정말, '국회스럽다'
[김덕남 칼럼] 정말, '국회스럽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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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하고 비신사적인 집단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거나 날치기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는 면이 있다”.

누구를 말하는지, 긴 설명 필요 없다. 백성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 “국민의 뜻”이라고 거침없이 국민을 들먹이는 ‘거짓말 집단’.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지난 9일 국립국어원은 561돌 한글날을 맞아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펴냈다.

2002년에서 2006년 사이 유행을 탔던 3500여개의 신조어를 정리한 용어사전이다. 세태나 사회현상을 반영한 단어들이라 했다. 사실상 백성들의 속내를 드러낸 목소리다.

위의 설명은 이 신조어 사전에 나온 ‘국회스럽다’의 뜻풀이다.

백성들의 눈에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비열하고 타락하게 비쳤으면 이런 말이 만들어져 유행했겠는가.

그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적 냉소나 다름없다. 정치인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아수라장 돼버린 국정감사장

그런데 문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이같은 ‘정치적 조롱거리’가 현실 정치에 그대로 가감 없이 대입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장의 추태는 정말, ‘국회스럽다‘는 단어의 뜻을 무색케 하는 정치타락의 현장이다.

육두문자의 욕설과 막말, 삿대질과 몸싸움으로 국감장은 연일 아수라장이다.

이번 국감(國監)은 17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국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난 5년 정부의 잘ㆍ잘못을 가려내고 각종 정책 의혹을 파헤쳐야 마땅한 일이다. 실정(失政)을 따지고 밝혀 다음 정부의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불신, 경제불안, 민생불만 등 이른바 ‘3불(不) 시대’의 원인을 캐내고 처방전을 마련하라는 것이 이번 국감에 대한 국민적 명령이다.

경제성장 둔화, 민생악화, 세금압박, 부동산 정책 실패, 교육경쟁력 약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북핵과 대북경협문제, NLL과 평화체제문제, 언론탄압정책, 고위공직자와 공기업의 타락 문제 등등 따지고 파헤쳐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백성이 기대하던 이러한 국감은 초장부터 실종돼 버렸다.

'大選選졸개'들의 권력 줄타기

국정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원내 제1, 제2당 의원들이 상대 당 대선 후보를 물어뜯는 ‘하이에나’식 국감으로 변질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나라와 백성은 안중에 없다. 대선(大選) 졸개들이 편을 갈라 권력 줄타기와 줄다리기에만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낮에는 피감기관을 윽박지르고 호통 치는 시늉을 하다가 밤에는 질펀하고 게걸스럽게 피감기관이 주는 향응과 폭탄주에 취해 “너 오늘 많이 봐준 줄 알라”고 시궁창 악취를 풍겨대고 있으니 백번 “국회스럽다”는 조롱을 받아도 무방하다.

‘월터 리프먼‘은 정치가(stateman)와 정치꾼(politician)을 구별했다.

정치가는 자신의 이익보다 전체를 위해 보다 공정하고, 보다 크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 했다. 그러기에 존경을 받는다고 했다.

정치꾼은 편견과 당파성에 따라 자기이익만을 위해 소신을 버리고 오락가락하는 비열한 사람이라 했다. ‘국회스럽다’의 전형이다.

그렇다면 지금 부지런히 아귀다툼으로 권력 줄서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정치가인가, 아니면 정치꾼인가. 이에 대한 답은 ‘뻔할 뻔자’다.

김   덕   남(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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