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의 돌파구는 '소량 고품질생산'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도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로 1차 산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던 1990년 이후 무려 6770억여원의 사업비를 쏟아 부은 제주 감귤산업은 여지껏 뚜렷한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제주대학교 강모교수는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의 중요성을 도외시한 일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겉으로는 최고의 정책 목표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강교수는 이어 "그 동안 감귤산업에 투자된 예산에 비해 결과물은 한심할 정도"라며 "감귤솎기 등 단기대책에만 급급하는 것이 제주도 감귤정책"이라고 진단했다.
민선 3기를 거치는 동안 제주 감귤산업은 도지사의 입맛에 따라 제단 돼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지사 선거전에 참여한 정책 브레인팀은 제주 감귤의 장래보다는 현재 정책의 약점을 꼬집는 데 주력하다보니 당선 후에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직 도지사의 선거정책 담당자중 한 명인 L모씨(48)는 "선거전을 치르기 전에 이미 전문가들을 구성, 주요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면서 "감귤산업의 경우 장래에 대한 대안 제시보다는 상대후보와의 차별성을 중심으로 구성하게 된다"며 감귤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을 엿보게 했다.
결국 길어야 4년 짜리 정책으로 제주대를 포함 각종 연구소에 수 억원을 들여 만든 용역 결과도 무용지물로 전락해 버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도내 감귤 재배농가와 전문가들의 감귤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 앞에서는 빛을 바랬다.
당장 눈앞의 '단맛'이 제주 감귤을 망쳐 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제주도가 총력을 기울이는 정책부문은 감귤원 폐원과 노지 감귤의 하우스 및 만감류 재배전환 등이다.
특히 시설재배를 포함 한라봉, 만감류 등 재배면적을 4600ha로 늘려 출하시기를 분산, 제 값 받기를 도모할 방침이다.
여기에 2007년까지 유망 만감류 신품종을 보급하고 감귤 대체작물 구실을 하게 되는 단감, 참다래, 배 등 재배면적도 8배늘린 800ha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농촌 경제연구원의 용역을 토대로 58만t을 생산하고 상품용 46만t 중 군납, 수출, 북한 보내기 등 3만t을 제외한 43만t을 시중에 유통시킬 경우 가격지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도내 농민 등 감귤 전문가들은 "일단 생산 물량을 줄여 가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현 정책만으로 제주 감귤이 살아날 것으로 보는 재배농민은 드물다"면서 "몇 년 후가 아닌 장기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따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주 감귤 산업의 장래를 위해서는 재배농민, 행정 당국 , 정치인들이 '사심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