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청소년
[세평시평] 청소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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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언제나 소년기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생애를 통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은 나의 인생 행로에 힘을 주었다.”(시바이처) 청소년들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속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들이 창공을 날아가는 새처럼 꿈의 나라를 그릴 때, 그 분홍빛 세계는 회색으로 얼룩진 인생을 정화시키는 힘을 잉태한다. 거기에 불순한 음모나 증오가 끼어들더라도, 호수에 떨어진 흙탕물 한 방울처럼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소멸되고 만다. 이렇게 맑은 바탕 위에서 생각하고 느끼며, 흐르는 것이 청소년의 바탕이다. 그런 까닭에 인생의 보람을 실행하는 이에게 강한 힘을 주는 것이다.

청소년은 사회의 보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엇인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기대에 찬 내일의 사회를 이루는 초석으로 열과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 인간의 품위를 높이는 비밀을 간직한 채 성숙하고 있다. 생명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이 존중되는 아주 좋은 일이 그들을 통해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아직 깨우쳐지지 아니한 보배다. 마치 여물지 않은 열매처럼 따스한 햇볕에 영글 수도 있고, 모진 폭풍과 서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래서 기대감을 저버린 함정으로 떨어지는 비극이 생겨나기도 한다.

요사이 우리를 사뭇 안타깝게 하는 청소년 범죄에 관한 보도가 자주 언론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해마다 1400여건의 각종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나이도 자꾸 낮아지고 있다는 보도에 암울함을 느낀다. 범죄의 종류도 더욱 지능화, 다양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단 폭행을 넘어서서 절도, 납치에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사기 행각이 벌어진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어린 여학생을 협박하고 폭력을 쓰면서 성매매를 강요하는 사건도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자기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청소년 범죄의 중요 원인이다.” 이렇게 지적한 학자가 있다. 먼저 우리의 가정이 제대로 사랑을 저축하는 일에 소홀하는 풍조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도취되어 일시적인 향락만을 추구하다보니 사랑의 보금자리로서의 가정이 해체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사회적인 병리 현상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웃과 더불어 따뜻이 살아가는 일은 무기력한 낙오자들의 패배의 값이라는 착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기 위주의 굴레에 묶인 채 독단과 질시, 비리와 배척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고립감을 느끼거나 애정을 잃어 버리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짙은 상실감에 빠져드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회복하고 성숙시키기 위해 모든 슬기를 동원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를 넉넉히 생산해낼 수 있는 터전이 우리의 가정이다. 도금한 벽이나 수입한 가구가 아니라 늘 얼굴을 맞대고 애정을 나누는 가족들이 생명으로 이어지는 터전이다. 주위에는 어느 의미에서든지 결손 가정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우리 이웃이다. 그들에게 따스한 관심을 보내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큰 임무다. 이러한 임무는 사회로 넓혀지도록 요구된다. 아무리 죄를 지은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마음 속부터 악인은 없다. 이러한 믿음에서 사회는 소외감이나 상실감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그 빈 자리를 채워 주어야 하는 책무를 하나하나 기워갚아야 할 것이다.

김   영   환
전 오현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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