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 생태숲 복원 ‘좌초’
하논 생태숲 복원 ‘좌초’
  • 정흥남
  • 승인 2007.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귀포시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안해…의지 실종


한반도 최대의 마르(maar)형 분화구 형태를 간직한 서귀포시 하논 생태숲’ 복원사업이 제자리를 겉돌고 있다.

마르형 분화구는 원형 화구로, 화구의 가장자리가 약간 높고 화구(火口)는 지표보다 낮은 형태의 분화구를 지칭한다.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서귀포시는 내년 사업예산에 하논 생태 숲 관련 사업비를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귀포시는 2003년 4월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를 벌여 그해부터 2012년까지 7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서귀포시 호근동 하논 일대 61만㎡를 복원하는 하논 생태숲 복원사업에 나섰다.

서귀포시는 그러나 사업시작 후 이곳 사유지 매입에 따른 토지보상비 488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하논 생태숲 복원사업은 말 그대로 ‘소리만 요란한 사업’이 된 것이다.

서귀포시는 이와 관련, 그동안 산림청과 환경부 및 문화재청을 수차례 찾아 하논 생태숲 복원의 전제조건의 사유지 매입비용 지원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산림청과 환경부는 이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토지매입에 대한 자금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 역시 토지매입비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 일대에 대한 문화재지구 지정을 거론하고 있으나 서귀포시는 해당지역 토지주들의 반반에 부딪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2월에는 하논 생태숲 복원에 따른 국비 7억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하논 분화구 습지·복원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그동안 하논 분화구 보전을 위한 시민공감대 확산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해당 지역 토지주들의 반발로 한 발짝도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서귀포시는 하논 생태숲 복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난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는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하논 분화구

서귀포시 하논 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에 위치한 61만㎡(15만5000평) 규모의 타원형 화산체로 동서방향으로 1.8㎞, 남북방향으로 1.3㎞가 형성됐다.

그동안 열린 하논 분화구를 연구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 결과 이곳의 이탄(泥炭)습지 퇴적층은 동북아 5만년간의 고기후와 고식생 등 자연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평가됐다.

이탄습지는 물질을 썩게 하는 미생물이 부족해 꽃가루 등 식물들이 시대별로 퇴적돼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하논 분화구가 유일하다.
세종기지 남국탐험대도 이곳의 퇴적층을 굴착해 고기후 연구자료로 삼았다.

하논 분화구 일대는 현재 대부분 과수원 등이 조성돼 있는데다 서귀포 시가지와 인접해 있어 서귀포시가 한때 야구 훈련장으로 계획했다가 철회할 정도로 개발위험에 노출돼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