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문천 복개 계속해야 하나
[사설] 병문천 복개 계속해야 하나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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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양-道, 분담공사 대산 친환경 하천 조성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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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간 끌어 온 제주시 탑동 개발이익 환수 문제가 제주지법의 강제조정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범양건영(주)과 제주도가 법원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아 판결의 효력을 지니게 됐다. 법원은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절충형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제주시와 범양 간 체결한 복개공사 협약대로라면 당연히 미복개 구간 208m도 범양이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후의 사정변경을 인정했다. 기부채납 약정을 그대로 강제하는 것은 1500억원 상당의 개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긴 범양은 매립한 탑동 부지 중 일부를 매각하지 못했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범양의 입장을 수용했다.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감안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의 판단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긴 하다. 경위야 어떻든, 제주도는 미복개 구간 공사 중 60%를 떠 안게 됐고, 이 사업비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게 됐다. 반면에 범양은 40%의 공사비만 투입하면 돼 그만큼 이득을 보게 됐다. 하지만 법원은 범양에 대해 약속대로 20억원의 장학금을 제주도에 기탁토록 해 이 부분에 대한 사정변경은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복개공사 부분에 대해서도 사정 변경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한 형평성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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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법원의 이번 결정이 범양과 제주도 간 조정을 통해 이뤄진 것이어서 양측은 일단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병문천 미복개 구간을 계획대로 복개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 사건 법원의 판단에서 보듯이 사정이 변경되면 다른 방안을 모색함이 옳다. 병문천 잔여 구간 복개 공사 역시 사정변경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잘 아다시피, 제11호 태풍 ‘나리’의 피해가 복개된 병문천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복개 하천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다. 제주도는 그래도 이곳 미복개 구간을 복개할 것인지, 철저한 전문가의 진단과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물론 ‘나리’가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라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천년 후에야 이같은 대형 풍수해가 찾아 온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기상 이변 추세로 보아 수년 안에 제2의 ‘나리’가 내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예견되는 하천 복개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예상하면서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 난 집에 기름통을 짊어지고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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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계속 복개 대신에 다른 방안을 찾아 봐야 한다. 어차피 범양과 제주도에 의해 잔여 구간 공사비는 마련된 셈이다. 이 자금으로 미복개 구간의 하천을 친환경적으로 조성하는 게 복개로 인한 재난도 예방하고, 주변 미관에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하천 복개의 폐해는 이미 산지천과 청개천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 하천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온 뒤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물론 이들 하천은 유수천(流水川)이라는 점에서 건천(乾川)인 병문천과는 다르지만, 건천도 원래의 상태를 보전하면서 주변에 나무를 심고, 소도로를 만들고, 벤치를 놓아 아름다운 하천 거리로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물이 흐르는 도심 속 하천은 세계 어느 도시에나 다 있다. 하지만 건천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바로 병문천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면 또 하나의 제주시 도심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제주도와 범양이 분담한 잔여 구간 복개비를 하천 주변 환경 조성비에만 사용할 경우 제주시내 도심 건천을 모두 아름다운 하천 거리로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시민들도 미복개 구간 복개를 원치 않고 있다. 제주도와 범양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되,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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