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제주자치도의 '새 제주운동'
[세평시평] 제주자치도의 '새 제주운동'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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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런저런 ‘운동’이 너무도 많다. 국가와 지방정부를 비롯하여 정당과 공공기관 · 일반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독특한 호칭을 붙여가며, 이른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벌일 터이다.

정부가 선도한 대표적인 운동은 ‘새마을운동’이다. 지금은 민간자율운동으로 규정되고 있지만, 당초 출발은 박정희대통령의 제창에 의해서였다. 그 어려웠던 시절,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살아보자는 절박한 외침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정권연장을 획책하는 국민통합 수단에 불과하다는 야당의 비난도 있었으나, 비교적 성공한 운동으로 인정받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동남아나 아프리카 일대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모범적인 지역사회개발운동으로 평가, 자신들의 교본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은 물질적인 풍요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올바른 삶을 지향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보다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려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동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버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전두환 정권 때의 ‘사회정화운동’과 국민의 정부 시절의 ‘제2의 건국운동’이 그 예이다. 국민에게 진정으로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더 강했기 때문에, 당해 대통령이 물러나자마자 흐지부지되고 만 경우이다. 제2의 건국운동만하더라도 구호는 화려하고 거창하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수십 년 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철학을 바탕으로 국정을 개혁하여 새로운 경제발전을 이룩한다.” 그러나 실제로 제2의 건국 추진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새천년민주당에 대거 동원된다. 시민대표로 참여한 창당발기위원 가운데 53%가 이른바 ‘제2의 건국’ 출신들이었다. 이처럼 겉으로는 애국위민(愛國爲民)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자기 정파나 집단의 이익을 충족시키려는 위선적인 운동이 난맥상을 이룸으로써 우리를 종종 혼란케 하고 있다.

근래 들어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우리의 전통문화 · 정신을 동력삼아 평화와 번영을 창조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바로 ‘뉴 제주운동’이 그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이 운동을 ‘새로운 제주시대를 창출하기 위한 범도민 사회개혁운동’으로 정의(定義)하면서, 자존 · 개방 · 상생의 이념아래 ①자립형 지역공동체 건설 ②선진형 사회체계 구축 ③다원형 세계시민 양성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중점과제로는 제주역사 문화 바로알기 · 환경자산 보전 · 명품 명소 브랜드화 · 더불어 누리는 복지공동체 ·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 세계 제주인 네트워크 형성 ·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 신회로 협력하는 열린사회 · 도민 의식개혁실천 등 12개 항목을 설정해 놓고 있다.

어떠한 내용이든 상의하달(上意下達)형태의 운동은 오래가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는 이 운동을 ‘도민 모두가 스스로 실천하는 사회개혁운동’이라면서 ‘스스로’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이왕 시작을 한 바에는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끔, 가급적 관(官)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정성으로 홍보하고 권장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운동의 명칭이다. ‘제주정신을 계승’하고 ‘주인의식을 함양’한다면서, 외국어 ‘뉴(new)’를 쓴 것은 뭔가. 새마을운동에서는 새마을의 뜻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새마을은 ‘새’와 ‘마을’의 합성어이다. ‘새’는 새로움과 밝음 등 바람직한 변화를 의미하고 ‘마을’은 지역의 기본단위로서 우리들이 함께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를 말한다.” 그런데 뉴 제주운동에서는 ‘뉴 제주’라는 단어를 풀이해주지 않고 있다.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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