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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院內) 5당 출신 중 가장 먼저 대통령 후보로 선출 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난 15일 일찌감치 제주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을 가짐으로써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그는 이어 오는 28일, 역시 제주에서 열릴 ‘대선 필승 결의대회’를 계기로 전국 투어의 대 장정(長征)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는 지금쯤 대선 공약(大選 公約)에 대해서도 밑그림을 거의 그렸을지도 모르겠는 데, 그 중에 제주-완도 간 해저터널이 포함되었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지금까지 제주-완도 간 해저터널 건설을 공약한 대선후보는 예비주자까지 포함, 모두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동영 후보에게 패배한 손학규 예비주자였다. 이들은 모두 제-완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꼭 성사 시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특히 심대평 후보의 경우는 제-완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한반도 대운하의 필요성 보다 우위(優位)에 올려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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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해저터널에 대해 아무런 결론이 없다. 그렇다고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여 전 이명박 후보는 호남 언론인들과 대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남-제주 해저터널은 내국인들만 왕래할 수준이어서 투자에 비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서 그는 14조원 투자에 비해 그만한 경제적 효과가 나오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경제적 관점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으나 앞으로 검토는 해 볼 사안이라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우리는 제주-완도 해저터널에 관한 한, 이명박 후보와 아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가 이미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거니와 제주-완도의 해저터널 건설은 한반도 대운하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대운하와 해저터널을 연결시키는 일은 대한민국 본토를 태평양으로 천리(千里)나 뻗어나가게 함이며, 동시에 한반도의 말토(末土) 제주 섬을 만주-러시아-유럽 등 대륙과 연륙(連陸)시키는 역사적인 대 사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한반도에 일대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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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가 말한 “해저터널 내국인 왕래 수준”이라는 데 대해서도 우리는 동의할 수가 없다. 제주도에는 올해 들어 벌써 40만 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오갔다. 올 연말까지는 50만 명이 넘는 외국관광객이 몰려 올 것이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그리고 국제자유도시가 완성되는 2011년 이후에는 외국관광객 100만 명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때 가서는 해저터널이 외국인의 애용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경제성이나 사업비, 기술력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해저터널이 생기자마자 제주도민 사이에는 서민교통수단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릴 것이요, 외국인들에게는 명물로 등장할 터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 기술력과 민자(民資)를 유치하면 된다. 다른 후보들은 몰라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이 진정이라면 그것의 시작이요, 완성인 해저터널이야말로 이명박 후보가 우선해서 내세울 공약인 것이다. 만약 후보들이 해저터널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면 대통령선거에서 불이익으로 되돌아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제주-완도 간 해저터널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명박 후보가 해저터널을 대선의 중요 공약으로 채택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