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부, 검찰 신문조서ㆍ불법압수 공방 예상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둔 김태환 지사 등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법원은 9일 이 사건 판결에 앞서 오는 29일 전원합의부가 주관하는 공개변론을 개최키로 결정했다. 예상치 못한 공개변론으로, 이 사건(공직선거법위반) 판결에 어떤 작용을 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과 변호인, 대검 검사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개최되는 공개변론에서는 1, 2심에서 논란이 돼 온 검찰(제주지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 및 진술조서와 불법 압수수색 여부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 측의 변론이 있게 된다.
전원합의체는 이날 공개변론 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의 유.무죄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늦어도 오는 11월 중순 이전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공개변론을 통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새만금사업’ 등 첨예한 행정사건과 민사사건의 경우 공개변론을 거쳐 판결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형사사건을 공개변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근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형사사건 공개변론은 2004년 9월 16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전원합의체는 당시 사기 등 혐의 사건 상고심 공개변론을 거쳐 같은 해 12월 16일 파격적인 새로운 판례를 내놨다.
바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의 증거 능력은 형식적 진정 성립뿐아니라, 실질적 진정 성립까지 인정돼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새 판례를 만들어 냈다.
전원합의체는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 성립(서명 날인.간인 등)과 실질적 진정 성립(법정 진술)이 인정돼야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판례를 탄생시켰다. 이전까지는 형식적 진정 성립만 인정되면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돼 왔다.
이 사건 1심 법원인 제주지법 제4형사부 역시 지난 1월 8일 공판에서 이 판례를 적용,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김 지사가 작성한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었다.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검찰 신문조서에 대해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김 지사의 문건(노트) 중 증거로 채택된 증거물에 의해 유죄를 인정했다. 김 지사가 벌금 600만원(1, 2심)을 선고받는 등 공무원 등 9명의 피고인 가운데 1명(무죄)을 제외한 8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과 변호인 측에 의한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 주장까지 겹쳐 1, 2심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거듭돼 온 이 사건은 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을 통해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만약 전원합의체가 2004년의 판례와 ‘위법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년 1월1일 시행될 개정 형사소송법을 적용할 경우 이 사건은 무죄가 될 것이고, 형상변경불변론 등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유죄가 예상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김 지사 등 피고인들이 일단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점이다. 사건이 대법원 2부에서 전원합의체로, 다시 특별한 때에만 적용되는 공개변론의 과정을 거치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피고인들에게는 유리한 국면이라는 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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