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 도민은 안중에 없나
[사설] 대한항공, 도민은 안중에 없나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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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항공요금 인상계획 즉시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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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오늘의 세계적인 항공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에는 제주도민의 직ㆍ간접적인 기여가 컸다. 아마도 ‘제주도’라는 대규모 항공시장이 없었다면, 대한항공의 비약적인 도약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주기적으로 항공요금을 턱없이 올려 도민들의 심기를 뒤흔들고 있다. 잊을 만하면 잇따르는 항공요금 직접 또는 편법 인상에 도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지 이미 오래다. 급기야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민 항공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제주항공’ 출범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약발도 효험이 없어지고 있다. 또다시, 그것도 제주노선에 한정해 항공요금을 편법 인상하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봄철 관광 성수기를 포함해 현행 연간 61일의 성수기 요금 적용 기간을 76일 더 늘리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계획을 내놓았다. 물론 대신에 하계 바캉스 기간 9일을 성수기에서 빼겠다지만 생색에 불과하다. 결국 현재 61일의 연간 성수기가 두 달 이상(67일) 더 늘어 무려 128일로 대폭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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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아니라, 단체여행객에 대한 할인 요율도 축소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말은 봄철에 집중된 수학여행 관광객을 가을철로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이 말에 대해 액면 그대로 공감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전격적인 요금 인상을 노린 전략임이 분명하다. 대한한공이 제주 노선 항공요금을 동결해야 할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에 걸쳐 요금을 올릴만큼 올려 왔다. 제주노선에만 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더더욱 설득력이 없다. 수요가 집중된 노선에서 수익을 더 올려 흑자 폭을 늘리거나, 고속전철에 상당 부분 수요를 잃은 다른 지방 항공노선의 적자를 벌충하겠다는 속셈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가뜩이나 줄어든 항공편과 비싼 항공요금 때문에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편법 요금 인상계획에 제주도관광협회가 발끈하고 있고, 건설교통부까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다. 제주관광은 비용과 직결된다. 개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단체관광객이 증가하는 것도 고비용 때문이다. 단체관광객에게는 그나마 할인 요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개인 관광객과 가족단위 소규모 관광객들은 인상된 요금대로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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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은 항공편 감축에 이어 항공요금이 더 오르면 동남아 등 저가 관광에 밀리는 속도가 더 가속화 되고 말 것이다. 특히 연륙교통 수단이 항공편에 편중된 도민들의 항공료 부담도 큰 걱정이다. 지금보다 갑절 이상인 67일을 더 성수기 요금을 물고 대한항공을 이용해야 하는 강제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주 노선이 항공사의 이익만 늘리면 끝나는 노선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성수기 확대 계획을 당장 철회해 주기 바란다. 항공사 스스로 사내 고비용 구조를 조정해서라도 항공사와 제주관광, 도민 모두 부족하나마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는 제주노선이 되도록 운영체계를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건설교통부도 대한항공의 터무니 없는 성수기 확대 계획이 반드시 철회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언급한 “용납 못 한다”는 말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다면 건교부 역시 도민들의 격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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