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 가지 합의보다 실천이 중요
[사설] 열 가지 합의보다 실천이 중요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 남북정상 선언'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야

1

노무현 대통령과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10.4 공동선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향한 실질적이고 진일보한 합의”라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기존 남북대화의 틀을 못 벗어난 상투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으로서 또다시 일방적 퍼주기에 서명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10.4 공동선언’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남북 두정상의 만남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쪽이다. 무릇 상대가 있는 대화에서는 이견(異見)이 있기 마련이다. 이 같은 이견을 조율하고 접근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단이나 기술이 만남이고 대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의 만남에서 10개항에 이르는 사항에 합의하고 공동선언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 갈래의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담내용의 질량이나 수지타산에 관계없이 회담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사실 그동안 남북한 간에는 수많은 대화가 있어왔다. 의미 있는 주요 합의도 여럿 있었다.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3대원칙 공식 천명, 상호 중상 비방 무력도발 금지와 남북 간 제반 교류실시 등을 뼈대로한 1972년 7월 4일의 ‘7.4 남북 공동성명’, 핵무기의 실험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치 사용을 하지 않고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1991년 12월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상호체제 인정 및 존중, 내부문제 불간섭, 정전상태의 평화상태 전환, 남북교류 협력을 통한 민족 공동체 회복 발전 조치 등이 포함된 1992년 2월의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도 이번 합의 내용의 오십보백보나 다름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6월 15일에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공존을 위한 ‘6.15선언’도 채택했었다. 이번의 남북정상 공동선언도 이런 테두리 안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남북 간의 합의와 약속은 거의가 실천되지 않고 답보 상태다. 남북 대화 때마다 어김없는 의제로만 활용되어 왔을 뿐이다. 대부분 북쪽에서 합의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3

그러기에 이번 ‘2007 남북정상 선언’도 기존의 각종 합의와 선언처럼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거나 선언적 의미로 끝나버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다. 합의가 문제가 아니고 상호 신뢰의 문제여서 그렇다. 사실 이번 10개항의 장황한 공동선언문에도 원론적이거나 선언적으로 해석될 소지의 합의가 여럿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진다. 북한 핵 폐기 문제는 두루뭉수리로 넘어갔고 납북자 송환이나 국군포로 문제 등 국민이 관심을 가졌던 사항들을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협으로 포장된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국가나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합의가 많았다. 일방적 퍼주기 논란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정 등은 서해북방 한계선(NLL)의 무력화 우려 속에서도 남북 상생을 위한 진일보한 합의라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모든 문제에 대해 서두르지 말고 사업의 경중과 실천의 선후를 따져 하나씩 차분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임기 말 정권의 조급한 성취욕이나 치적에 연연하여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다음 정부나 국민에게 부담만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도 그런 자제력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