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를 맞아 대통령이 손수 전국의 선생님들께 편지를 띄웠다.
이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
직접 쓴 편지를 보냈는데 85만 명 선생님들 각각의 집으로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우표 값 만도 무려 6억 4천 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와 선생님들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은 선생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학생들의 인권보호라는 명분 아래 교육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선생님들에게 교권의 회복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가 교실에 들어올 때 학생들이 일어서서 존경심을 표하는 학교. 학생들이 예절과 참을성 그리고 관용을 배우는 학교를 만드는데, 선생님들이 앞장을 서달라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최상의 직업이었던 교사의 직책이 요즘 들어 힘들어지고 볼품이 없어졌다며, 대통령 책임 아래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교육방식에 좀 더 더 많은 자율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선생님들 중에,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발신자가 프랑스 엘리제궁의 사르코지 대통령이며 수신자 역시 프랑스 선생님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의 2007학년도는 지난 9월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이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고질병이 되어 버린 지도 오래이다.
물론 그 사이에 만성적인 ‘교육병’의 치료에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다.
못 고치는 병이 없었다는 중국의 ‘화타’와 ‘편작’, 그리고 ‘허 준’처럼 교육병의 ‘명의’를 자처하고 나온 수많은 교육부장관들이 자기 나름의 비술이라며 교육의 환부에 온갖 처방을 해왔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치유되기는 커녕 병이 깊어져, 이제는 백약이 무효라는 회의적인 소문들이 저자거리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오호! 통재라! 이 황당한 노릇을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교육현장의 고질병들은 예견된 일이었다.
, 지속적 처방이 아니라 통증이 올 때마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땜질식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완치는 커녕 병을 더 키울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장관이란 이름의 의사들을 수시로 바꾸는 바람에, 교육의 환부에 대한 축적된 자료가 있을 수 없었고, 전문직이라 자처하는 교육부 관리들 역시 단명 장관들의 생색내기 실험적 처방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일선 교육 현장으로 내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교육적 처방의 중심에 교사와 학생이 없었다.
파행적인 교육정책으로 갈팡질팡하는 교사와 학생들을 외면한 채 실험적인 교육정책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일선 학교 현장들은 더욱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들의 사기와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더 이상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는 학생들은 학교 밖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사교육의 저자거리를 배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학교를 교사와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대신 정기적인 학교평가를 통해 책임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내신 반영률을 가지고 대학들과 소모적인 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공정한 선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최선의 제어장치들을 대학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설기관의 모의고사를 치르지 말라고 ‘씨도 안 먹히는’ 엄포만 놓지 말고, 국가단위의 문제은행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수시로 평가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권을 명분으로 빼앗아간 교사들의 교권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들이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제자들인 학생들을 올바르게 견인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교사들에게 약속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대한민국의 교사들도 발신자가 청와대의 노무현으로 된 편지를 받고 싶다.
비록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국정의 마무리에 틈이 없겠지만, 교육 대통령의 되겠다던 5년 전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언론과의 전쟁이나 마음에 안 드는 이런 저런 정치인들과의 말싸움보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견인할 교육을 위해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을 교사들은 기대한다.
고 권 일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