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9.15와 9.28 그리고 9월1일
[세평시평] 9.15와 9.28 그리고 9월1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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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절반 이상(53.2%)이 6.25가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국내 굴지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내용이다. 6.25를 잊어버리거나 관심이 없는 신세대들에게 9.15와 9.28은 더욱 알 수 없는, 한낱 암호와 같은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9월15일과 9월28일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국운을 좌우하는 운명적인 날들이라는 말이다. 9월15일은 어떤 날인가. 1950년 6.25가 발발하면서 우리는 개전불과 나흘째인 28일에, 수도 서울을 빼앗기고 만다.

이후 우리는 구(舊)소련의 조종을 받는 북한군에 밀리고 밀리면서 부산까지 후퇴하게 된다.

인천상륙작전은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난에서 전세를 역전시킨 대작전이었다.

유엔군과 한국군 합동으로 감행된 ‘인천상륙작전 일’이 곧, 9월 15일이다.

이로부터 13일 뒤인 9월 28일, 우리는 수도탈환작전의 성공으로 드디어 서울을 도로 찾게 되었다. 심장부를 북한군에 함락당한지 꼭 석 달 만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9.15와 9.28의 주역들이 누구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전쟁은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의 주도로 전개되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해병대 특히 제주 출신 해병들의 활약은 대단하였다.

통영지구작전과 인천상륙작전 참전을 필두로, 수도탈환작전ㆍ도솔산작전ㆍ김일성고지작전 등을 통해 ‘귀신 잡는 해병’ ‘무적해병’의 신화를 일궈낸 군인들이 바로 우리 제주의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조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징집이 아닌 자원(自願)에 의해 전선으로 달려 나갔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제주해병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싸웠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적을 물리쳤고, 그리하여 자랑스러운 9.15와 9.28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승리의 용사들은 처음부터 잘 훈련된 정예병들은 아니었다.

해병대 3ㆍ4기인 이들은 6.25 초기에 자발적으로 지원하였다. 7월에 입영한 3기는 그나마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나, 8월 하순에 입대한 4기는 기초훈련조차 받지 못할 형편이었다.

그냥 전방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으로 가는 함상(艦上)에서 소총 분해결합과 사격술 연습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들은 직접 실전에 참가하며 투철한 애국심과 해병대 특유의 투지로 뭉치면서, 점차 최강군(最强軍)이 되어 간다.

이들 3ㆍ4기 해병들이 싸움터로 첫 출진한 날이 다름 아닌 9월 1일이다.

제주도의 열혈청년 3천 여 명이 이날, 해군 수송선을 타고 전장(戰場)을 향해 산지항을 출항한 것이다.

여성해병 120여명도 함께였다. 이들 중 600여명이 고귀한 생명을 조국에 바쳤다. 해병대제주도연합회는 역사적인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지난 2001년부터 9월 1일을 ‘제주해병대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수호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동인(動因)이 되는 이날을 성대히 기념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 민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소망에서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 약간의 곡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과잉 행사’라느니,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이 있다느니 하는 뒷말들이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해병은 ‘전투에서는 사자나 맹호처럼 용맹스럽지만, 후방에서는 소와 양같이 부지런하고 순하다.’ 도민들은 분명히 보았다.

미증유의 수해(水害)를 당한 제주도에서 얼룩무늬모자에 빨간 상의를 입은 해병들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가.

묵묵히 복구 작업에 몰두하는 그들이 정말로 믿음직하고 눈물겹게 고맙지 않았던가.

이 모습이야말로 해병대의 참 얼굴이다. 차제에 이러저러한 오해들이 모두 해소됐으면 한다.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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