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구심
오는 10월 2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남북 간의 화해ㆍ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기여만 할 수 있다면 백번 만나도 환영하고 기뻐 할 일이다. 그러나 기대 못지않게 걱정도 많다. 정상회담의 시기와 의제(議題)설정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오는 12월 19일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기준으로 할 때, 실질적 임기가 두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감당 할 수 없는 ‘치적용 약속‘에 사인을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기우(杞憂)가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은 “내가 도장 찍고 합의하면 후임이 거부 못 한다”거나 “북이 달라는 대로 다 주어도 남는 장사” 라고 큰 소리 쳐왔다. 그러기에 더욱 걱정인 것이다. 대통령 말대로 ‘펑펑’ 인심 써버리고 ‘쾅쾅’ 통 크게 도장을 찍어버린다면 나라와 국민이 져야할 짐이 더 무겁고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大選판 흔들려는 정략회담(?)
다음은 이번 정상회담의 정략(政略) 이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동기(動機)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두 달 후 ‘대선(大選)판을 흔들기 위한 ‘정략적 정상회담’으로 비쳐지고 있다. 떠나버린 지지 세력을 다시 결집시키고 ‘민족ㆍ평화세력ㆍ대 ‘반민족ㆍ반 평화세력'으로 국민을 억지로 편 갈라 대선판에 ‘토네이도’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들 비판세력의 ‘정상회담 정략 이용 설’은 생각의 비약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남북문제를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기위해 정략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 이는 나라와 국민에 대한 반역이며 이로 인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미덥지가 않다. 어딘가 씁쓸하고 괘씸하다. 2000년 6월 15일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반세기 만의 처음이어서 그 사실만으로도 국민을 감동시켰고 세계를 놀라게 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평화의 핵심 프로세서는 '신뢰'
그러나 그로부터 7년 3개월 남짓 만에 열리는 두 번째 정상회담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1차정상회담의 성과를 피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제 협력 사업도 실현됐다. 남북한 인적 교류와 교역량도 크게 늘었다. 남북열차 시험 운행도 가까스로 이뤄졌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 등 ‘6.15 남북 공동선언 합의 사항’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지원한 나라돈은 5조5000억원에 이른다. “북은 남북 정상회담 대가(對價)로 돈을 퍼갔고 남은 정상회담 구걸로 돈을 퍼다 주기만 했다”는 독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국민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고 기대보다 우려를 보내는 연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확실한 ‘핵 폐기 담보’등 평화 보장 약속도 없이 ‘퍼주기와 양보’의 계약문서에 도장 누르고 사진이나 찍고 돌아오는 회담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바탕위에서 실질적인 평화의 주춧돌을 하나 둘 씩 쌓는 회담을 바라고 있다. 조급성이나 성취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실질적 평화의 핵심 프로세서는 ‘신뢰 구축’과 ‘약속 이행’이 열쇠다. 그런다음 평화를 공유하는 일이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