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잘 쓰면 자원이 된다. 우유팩과 종이컵도 화장지 제조에 원료가 돼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중 하나다.
도내에서도 폐우유팩 등을 이용, 양질의 화장지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사)선우제지(대표 박낙진). 지난해 12월에 현 위치로 이설한 선우제지는 현재 두루마리, 미용티슈 핸드타월, 넵킨 등 5종류의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다.
선우제지 박 대표가 화장지와 인연을 맺은 때는 2002년 11월. 도내 첫 화장지제조 회사 D제지가 공장설립 3년만에 부로로 쓰러지자 이를 인수했다. 이 사업에 뛰어든 동기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유팩과 종이컵을 이용할 수 있어 사업 아이템이 좋은데다 사업성도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우유팩은 섬유질이 풍부해 화장지 원료로는 천연펄프 못지않은데 이를 주원료로 하고 여기에다 종이컵과 폐지를 약간 섞으면 훌륭한 화장지 원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당초 기대는 어긋나고 있다. 그가 새로 설립한 화장지 원단공장인 (주)신우펄프에서 폐우유팩 등을 무진장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빗나간 것이다.
현재 도내 우유팩과 종이컵, 폐지 등의 한 달 배출량은 250~280톤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수거량은 5%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우제지가 요즘 한 달간 사용하는 원단 120톤중 도내에서 발생하는 우유팩을 이용한 양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는 톤당 75만씩 비싼 값을 주면서 캐나다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원단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연간 10억원 가량의 외화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민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자치단체의 쓰레기 행정에는 분노에 가까운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도민들의 분리수거 의식이 미약한 가운데 기껏 분리수거 해놓은 우유팩 등을 비싼 기름을 써가며 불태우고 있다”고 꼬집으며 “쓰레기소각장 부근에 따로 분리해 놓으면 톤당 10만원씩 주고 가져가겠다고 수차례 얘기해도 ‘쇠귀에 경 읽기’”라고 개탄했다.
박 대표는 또 각 자치단체에서 ‘지역경기를 살리자’라고 외치지만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향토기업에서 만든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정작 자치단체에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우제지 화장지는 24롤 기준, 7800원으로 타 지방 대기업 제품의 1만1000~1만3000원에 비해 최고 60% 이상 싸다. 더욱이 화장지 색깔이 미색을 띄고 있고 엠보싱 크기도 작아 타사 제품에 손색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선우제지 관계자는 “화장지가 하얀색인 것은 표백제를 과다 사용했다는 반증이고, 엠보싱이 크면서 물렁물렁한 화장지도 제품의 길이가 실제와 많이 차이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선우제지의 도내 시장점유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아기용 기저와 여성용 패드를 빼고 연간 250억원에 달하는 도내 화장지 시장에서 선우제지의 시장점유율은 5% 정도. 물론 선우제지가 후발기업이라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낮은 게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물론 타 지방에 본사를 둔 호텔, 대형유통매장에서 향토기업 제품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처사로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