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울한 한가위
[사설] 우울한 한가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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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명절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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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부터 추석연휴다. 26일까지 닷새나 된다. 그래서 황금연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에게 올해 추석은 우울한 명절일 수밖에 없다. 태풍 ‘나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제주역사상 유례없는 수해(水害)로 제주도민들의 추석 연휴는 연휴가 아니다. 피해복구에 땀 흘려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래서 추석연휴의 즐거움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차례상도 차리지 못하는 이웃들도 많을 것이다. 공무원ㆍ군인ㆍ학생ㆍ각급 시민단체 회원 등이 피해복구 봉사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 복구는 아직도 멀다. 피해 도민들의 시름은 그러기에 더욱 깊어만 간다. 도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마음을 더 섭섭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피해 도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나 복구 지원이 아니라 고작 세금 감면정도에 그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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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지역 재난 피해규모는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22일 현재의 잠정 집계만도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피해 집계에 산정되지 않는 개인주택 파손 피해, 어선파손 피해, 농작물 피해, 자동차 파손 피해, 상가 상품 유실 피해 등을 감안하면 2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엄청난 피해에도 사유재산에 대한 피해보상이나 복구비 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러니 태풍피해 도민들은 추석 연휴가 반가울 리가 없다. 오히려 부담만 될 뿐이다. 정부가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면 특별한 지원을 해야 마땅한 일이다. 공공시설 피해 복구에는 100% 국고 지원을 해주면서 같은 천재지변 피해인데도 사유재산 피해에는 한 푼의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사유재산 피해 보상이나 지원은 우울한 추석절을 쇠는 피해도민들에게 주는 추선 선물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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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울하고 시름겨워도 추석 명절은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추석명절을 이웃과 함께하는 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명절이 되어야 한다. 태풍 피해로 ‘명절이 명절 같지 않은’ 피해 이웃들을 함께 보듬어 안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런 명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옛날부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아파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는 미덕을 보여 왔다. 이번 태풍피해 복구 작업도 이런 미덕을 바탕으로 너 나 없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추석명절도 ‘나만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명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비록 태풍피해 규모가 크고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더라도 이웃들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고 정겹다면 이번 추석명절 역시 한결 따뜻하고 더욱 정겨울 것이다. 태풍 피해 주민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추석 명절이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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