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남원지역이 허탈감에 빠졌다.
지역내 오랜 염원인 고등학교 유치가 백지화된 때문이다.
1980년대 남원 주민들은 지역 최대 현안사업으로 고교를 신설키로 하고 가공용 감귤 판매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기금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도내 교육여건은 남원지역에 새로운 고교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결국 당시 기금은 체육관 사업에 투입되고 말았다.
남원 주민들은 남원리와 위미리로 양분된 이 지역을 통합하는 것은 고교 설립이 최선책이라고 믿고 있다.
그만큼 남원지역 고교 설립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최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들어설 예정이던 가칭‘제주국제고등학교’를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일대에 조성되는‘제주영어타운’부지로 이전을 사실상 확정하자 남원읍 전체가 말 그대로 ‘낙심의 마을’로 변했다.
지난해 1월 가칭 ‘제주 국제고등학교’설립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이 계획에 따라 당시 남제주군이 25만㎡의 군유지를 무상 대부할 때만 해도 남원지역에 고교설립을 의심하는 주민은 없었다.
이후 도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3억원을 투입한 뒤 사유지 3만6000여㎡를 매입한 것을 비롯해 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10억원의 지방비 마저 투입된 상황에서 돌연 고교설립 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상실감은 더없이 깊어지고 있다.
남원이 지역구인 현우범 제주도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1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도민 약속과 도의회의 승인까지 받고 추진하던 사업을 단 한차례 협의도 없이 백지화하는 정책이 어디 있느냐”며 “과연 이런상황에서 지방 차지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현 의원은 이어 "현재 남원읍 국제고등학교 시설부지는 학교시설부지로 제주특별자치도 고시를 통해 확정했으며 사유지 매입도 완료돼 학교만 들어오면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옛 남제주군을 선거구로 둔 지하식 의원도 "국제고등학교 부지 변경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인지 도민을 대표해 물어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도교육청간에 합의를 거친 사항이냐, 아니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냐"고 추궁했다.
그는 "남원읍은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가 없는 지역"이라며 "지금의 중등교육의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국제고등학교의 설립은 남원읍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모은 숙원사업이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학교부지 지정과 사유지 매입까지 모두 마무리 한 상황에서 사업자체를 백지화 한다면 누가 과연 지방정부와 교육당국을 믿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남원지역이 고교유치 무산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남원읍 이장들은 이와 관련, 12일 긴급모임을 갖고 마을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키로 하는 등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