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변화시킨 옆집 친구 한마디
톰 설리번(60)은 7개월만에 태어난 칠삭둥이였다. 3개월 동안의 인큐베이터에서 나왔을 때는 백내장으로 눈까지 멀었다.
그러나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연예인이다. 미국 청소년들의 우상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 차석 졸업, 미국가요제에서 그랑프리 수상, 미국 레슬링 챔피언, 미 NBC 방송의 간판 심야 토크쇼인 '투나잇 쇼' 출연, 생방송 청소년 상담 라디오 프로진행 등 시각장애인으로서, '일반적 상식의 틀'을 뛰어넘는 그의 거침없는 활동은 이미 세상의 화제가 되어왔다.
캄캄한 절망의 어둠 속에서 빛의 세계로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딱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열 한 살 장님 소년 톰 설리번에게 어느 날 옆집 친구 '빌리'가 던진 말, "Want to play(같이 놀래)?".
톰 설리번은 그의 열 한 살 유년의 기억을 풀어낸 회고담 '어둠 속의 모험'에서 그 기적 같은 한마디가 외부의 세계로부터 처음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이었다고 회고했다.
장애는 불편한 삶의 한 부분 일뿐
시각장애인 톰 설리번에게는 그래서 "같이 놀래?"가 세상을 향한 한줄기 찬란한 빛이었다.
그때부터 세상과 섞이게 됐다. 그때부터 그토록 어둠 속에서 원했던 바깥 세상으로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는 말한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단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불편함 중의 하나 일 뿐"이라고.
그렇다. 뭔가 할 수 있다면 이미 장애인이 아니다. 사실은 절망하는 사람이 장애인이다.
'헬렌 켈러'는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의 3중 불구자이면서도 절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빛을 발했다.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성취를 엮어낼 수 있었다.
그러기에 죽어서도 '세 가지 고통을 이겨낸 성녀', '빛의 천사'라고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
"눈과 귀와 혀를 잃어버렸지만 영혼을 잃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았던 것도 절망을 던져 버렸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세상이 비록 고통으로 가득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힘도 가득하다"는 헬렌 켈러의 말은 장애든 아니든,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편견 없이 어우러졌던 빛의 축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제7회 세계장애인 대회'가 열렸다. 절망을 뛰어넘었던 '빛과 희망의 축제'이었다.
세계 71개 나라에서 2500여 장애인이 참가했었다. 비록 지체가 온전하지는 못해도 '대회장은 더욱 건강하고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사지 온전한 사람들의 코를 찡하게 하고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고 한다.
두 팔이 없는데 다가 외발로 서서 노래를 불렀던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39.여)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사람은 장애를 가지고 산다"고 했다.
노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자신은 장애인이 아니라는 그녀의 구김살 없는 웃음은 천사의 미소였다. 참으로 고고한 아름다움이었다.
전해지는 바로는 대회 참가 장애인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고 활기에 넘쳤다고 했다.
이들의 밝고 건강한 웃음은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친구의 변하지 않는 우정과 믿음, 그리고 주위의 포근한 시선과 배려가 어우러짐으로서 가능한 일이다.
장애인들에게는 장애 자체보다도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보려는 편견이 더욱 가슴 아픈 것이다. 그것이 장애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게 될 것이다. 이번 세계장애인 대회가 그런 사회를 만드는 계기로 작용되었기를 소망해본다.
"같이 놀래?"가 톰 설리번에게 기적으로 다가섰듯이, 그런 세상이 보고 싶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