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에서 시작된 가짜학력의 파문이 한 개인의 부도덕한 선에서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하더니, 유명연예인, 학원강사에 이르기까지 연일 계속되는 폭로와 고백으로 우리사회 전체를 불신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도대체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를 서로 의심해야하는 지금 우리는 불신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상이 두렵다거나 믿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 온통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차,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가 사회전체를 뒤덮으면 결국 공동체의 울타리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서인지 검찰은 올해 말까지 학위, 자격증, 국내외인증에 관한 위조와 사칭을 특별단속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파문이 일시적인 단속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정직성’이 학력위조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지, 비단 학력에 국한된 문제만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외세의 침입,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외부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았지만 구성원의 상호신뢰가 무너졌을 때에는 국가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국가통치에 있어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
공자는 제자 중 한 사람이 나라를 통치하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식(食)과 병(兵)과 신(信)이라고 대답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경제적으로 국가를 부유하게 하고 국방을 든든히 하며, 사회적으로 도덕과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식’(食)은 경제를 의미하고, ‘병(兵)’은 국방을 의미하며, ‘신’(信)은 사회도덕과 질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자가“국가를 통치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공자는 “병(兵)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부득이 남은 두 가지 중 또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식”(食)이다 하고 대답했다.
뜻밖의 말씀에 깜짝 놀란 제자는 “스승님, 먹지 않으면 죽지 않습니까?” 하고 반문을 하였더니 공자께서 하는 말이 “사람은 어차피 한번은 죽는 것, 그러나 ‘신’(信)이 없으면 원래 사회나 조직은 형성되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셨다.
신뢰에 대한 공자의 말씀은 2000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도 그 암시하는 바가 크다.
특히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상호간에 믿음이 없다면 모든 사회관계에 있어서 사사건건 확인하고 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 스스로 위험관리를 해야 하고, 이러한 위험관리에는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킨다.
이처럼 상호간의 신뢰야 말로 사회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절차와 거래비용을 최소화시켜 줄 뿐 만아니라 의심 없는 믿음은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상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여 개인과 사회를 안정시키게 된다.
그래서 신뢰는 어느 개인이나 조직에서도 갖추어야 할 최선의 덕목이며 우리사회를 지탱시켜주는 중요한 덕목중의 하나이다.
또한 신뢰가 강력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히지 않고는 사회의 성숙과 국가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신뢰야 말로 최고의 효율이고 우리의 생활뿐 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에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문화적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성장과정에서 치열한 경쟁과 학력? 학벌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어릴 때부터 성적지향의 교육환경과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을 경쟁의 대상으로 삼고 올바르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성취하겠다는 잘못된 생활 방식이 도덕 불감증의 시대를 맞도록 한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직과 불신의 원천은 성취를 위해서는 거짓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사회의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는 바로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정직과 불신의 벽을 헐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러나 신뢰는 신뢰받을만한 행동이나 태도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지 강조하고 떠든다고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특별단속과 같은 단기적이고 현상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부정직한 사회성을 몰아내기 위한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신뢰의 바탕은 바로 정직이며 왜곡되지 않는 정직한 결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정직이야말로 건전한 사회 질서의 표상으로 능률과 효율성을 높이며 화합된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힘의 근원이 된다.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정직의 가치에 관한 윤리교육을 제대로 시켜 개인의 도덕성을 향상시키고, 또한 사회구성원에게도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하여 정직하지 못하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손해 볼 수 있음을 주지시켜 사회에 부도덕성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오직 정직하고 성실한 노력과 그에 따른 성취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광 래
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