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법당의 부처님은 말이 없다
[세평시평] 법당의 부처님은 말이 없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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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관음사에서 볼썽사나운 충돌사건이 벌어졌다. 멀리 물 건너 서울에서나 일어나는 남의 집일로만 생각했던 일이 평화의 섬인 우리 제주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언제부터 골 깊은 감정싸움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은 3,4여 개월전 신문매체를 통하여 <관음사 사태에 대하여 불자님과 도민제위께 드리는 말씀>이란 광고를 본 적이있다.

그 때 만해도 나는 별것 아닌거라 생각하고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이 대단한 현실로 다가왔다.

관음사하면 제주사람들은 신도든 아니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제주도에선 가장 오래되고 큰 절이다.

이절에서 그것도 부처님이 앉아계신 관음사 경내에서 민망스러울 정도로 볼썽사나운 큰 몸싸움이 벌어졌다.

누가봐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조계종 총무원 측과 중원스님 측 신도들 간에 벌어진 싸움이라 하였다.

처음에는 중원스님 측 신도들이 종무원 측 스님들의 팔과 다리 사지를 각각 한 쪽씩 잡아들고 관음사경 밖으로 끌어내어 내동댕이 쳤다.

그리고 다시 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치고 절문을 닫았다.

다른 정치 단체나 사회단체도 아니고 신성한 종교단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조계종 소속 관음사 주지 선출을 놓고 4개월가량 이어온 갈등이 8월 28일 제주지방법원이 <관음사 주지 직무집행방해금지가처분결정>공시와 조계종 총무원의 총무행정 인수인계로 중원스님 측 신도 백여명이 관음사와 포교당 보현사에 나눠서 저지하며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라했다.

이 싸움에서 포크레인이 동원되고 경찰 700여명이나 동원됐다하니 이곳 제주도 절에서 일어난 싸움치고는 대단한 큰 싸움이었다.

경찰과 스님들은 철문을 부수고 밀고 들어가려 했고 신도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호스를 끌어다가 스님들 민둥머리에다 물을 뿌리고 들어온 스님들 팔 다리 사지를 잡아들고 밖으로 끌어내어 내동댕이 치고…가관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30도이상 오르내리는 무더운 한여름에 이런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겨 돈 안들이고 즐기는 모양이다. 정말 가관이었다.

그런 꼴불견이 어디 또 있을까? 양측은 모두 같은 말이다. 관음사를 지키기 위하여 싸운다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느 힘쎈 도둑놈이라도 들어와 관음사를 통째로 뽑아들고 도망이라도 간단 말인가? 관음사를 지키기 위한 것은 명분이고 그 속에 더 중요한 것은 내면에 물귀신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권력물귀신이다. 관음사에 딸린 도내 20여개나 되는 말사 주지 임명권을 관음사 주지가행사한다 하니 종교단체가 아니고 다른 사회단체라면 해볼 만한 권력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성한 종교단체이지 정치단체나 사회단체가 아니지 않은가.

신도들은 그것도 모르고 볼썽사납게 고래싸움에 새우등터지는 것은 아닌지?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원래 큰 스님은 주지 수님을 안한다고 들었다.

참선스님이 큰스님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짜스님은 물욕이라도 생길까 걱정하여 한 절에 오래도 1년 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싸움은 말단 스님들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그 속에 부처가 없으니 ‘권력’이나 잡으려고 싸움질이나 하고… 망신,망신중 망신이요 꼴불견 중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이나 신도들이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한다면 요즘아이들 말로 “너나 잘하세요”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어느나라 사람들 보다 권력을 제일 좋아한다고 한다.

권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우리나라 사람은 셋만 모이면 벌써 머리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금년 대선에 ‘대통령’ 한 번 되보겠다고 경선에 나온 후보들은 1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개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다 나와서 사람가죽 뒤집어쓰고 춤을 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종교에 까지 물이 들어 썩으면 곤란하다. 모름지기 종교만큼은 썩지 않고 청청하게 살아서 한여름 무더위에 소낙비처럼 반갑고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여 속세에 찌든 중생들 숨통에 청량한 산소같은 소식을 전해주지 못할 망정 그런데 이게 뭡니까? 부처님은 어디에 계신지 말이 없다.

고 길 지
소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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