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지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오죽하면 일부 도민들 사이에서 “제주경제는 공무원 경제”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음식점과 술집 등은 공무원이 아니면 장사가 안 될 정도로 직장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역시 감귤ㆍ관광과ㆍ제조ㆍ건설ㆍ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야 많은 돈이 돌아간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통화량이 늘어나 고민인데, 제주지역에는 반대로 돈이 안 돌아 걱정이다. 여전히 제주경제의 양 축은 관광과 감귤이다. 그러나 관광은 수학여행과 단체관광 등 값 싼 관광이 주도하면서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그 수입도 과다한 수수료 때문에 업소에 돌아가는 몫은 얼마 안 된다. 마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태의 관광구조다. 감귤산업도 유통명령제가 4년간 지속되지 않았다면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인 전망은 어둡다. 외국산 오렌지와 농축액이 무관세로 쏟아져 들어 올 경우 감귤산업은 진짜 위기를 맞게 된다.
2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하지만 지자체와 경제관련 단체는 위기에 면역이 생긴 탓인지, 사실상 무감각.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요란스러웠던 지역경제활성화대책 같은 것도 없다. 막상 실효성이 미미했던 탓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는 무대응이 상책일 수는 없다. 시장의 기능에 맡겨 버리는 게 시장경제가 아니다. 혹시 지자체가 이러한 무책임한 생각으로 경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큰 문제다. 다른 지역들도 지역경제 대책을 다양하게 펴고 있다. 고용창출을 위해 국내 대기업 계열회사를 유치하고 있고, 지역특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 대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이러한 움직임이 거의 없다. 실효성이 없는 외자 유치에만 매달려 실현 가능한 국내 자본을 유치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제주도와 경제단체 및 금융기관과 농ㆍ수협, 관광협회는 즉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이전처럼 전시ㆍ구호성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협의기구라야 한다. 기관ㆍ단체장만 정기적으로 모여 지역경제를 논의하는 형태의 경제협의체는 필요없다. 밥이나 먹고, 차나 마시고 헤어지는 협의체에 무슨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실무팀의 기능을 강화시킨 협의체가 절대 필요하다.
3
협의체는 각 기관ㆍ단체별 실무팀으로 하여금 당면한 업종별 현안을 취합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게 하고, 그 결과를 각자 시책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 관광분과 실무팀은 수수료 과다 징수 등 관광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행정 조치와 검찰 고발 등 양면 전략을 펴야 한다. 감귤과 농ㆍ수산업도 지속적인 미래 유망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이 또한 지자체와 기관별 실무팀이 머리를 맞대 도출한 안이라야 더 실천 가능한 안이 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시급한 현안이 제조.건설경기의 활성화다. 제주지역은 워낙 2차산업이 취약하다. 그나마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향토산업들이 쓰러진다면 제주경제는 더 휘청거릴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왜 이들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확한 분석을 내 놓아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처방과 치유도 쉬운 법이다. 판로난이면 소비대책을, 자금난이면 필요한 자금을, 인력난이면 소요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당연한 것처럼 구경만 하고, 관망만 하는 지역경제대책은 사라져야 한다. 협의체 실무팀이 함께 원인을 찾아 내 분석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경기를 되살리는 지역경제활성화대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