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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住持) 선출 문제로 지난 23일 관음사에서 폭력충돌이 일어나자 우리는 그 그제 본 란을 통해 “이성을 되찾아 대화로 사태를 풀어나가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것은 우리만의 바람이 아니라 모든 도민의 소망이기도 했다. 그러나 관음사 사태의 당사자들은 이러한 도민의 소망과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 버렸다. 관련 스님과 관계자들은 28일 수행정진의 도량인 관음사와 관음사 포교당인 보현사를 떼지어 오가며 또 다시 릴레이식 무력행사와 난동으로 대 충돌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불자 등 무려 10여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니 마음을 깨우쳐야하는 도량에서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들인가. 불교세계에는 불도가 있고 불법이 있으며 수행하는 경서가 있다. 이를 모르는 사바세계의 중생으로서는 관음사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감히 누가 옳고 그른지를 알지 못하며 또한 꼭 시비를 가려야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지난 4개월간 주지 자리를 둘러싼 관음사의 사태는 그 미치는 영향이 불교계에만 머무르기엔 너무 크고 심각하기에 부처의 도(道)와 부처의 법과 불경의 수행 정신에 의해 해결되기만을 바라온 게 산문(山門) 밖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불도와 불법에 어두운 세속인으로서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폭력과 난동은 부처님을 크게 모독하는 짓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불자들이 섞여 사는 사바세계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특히 그러한 폭력과 난동이 신성한 수행정진의 도량에서 저질러졌다는 것은 아무리 자비로운 부처님이라 해도 속이 편치만은 않을 터이다. 이제 사태를 풀 사람은 당사자 외엔 아무도 없다. 모두가 부처님 제자 아닌가. 불도의 중심인 자비심 베풀기와 오욕의 하나인 주지를 향한 명예욕 버리기, 이 두 가지면 관음사 사태는 끝이다. 이를 잘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환속하는 편이 관음사를 위해 좋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