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제주시 동문시장 인근 대로변.
50m도 안되는 거리에 10여명의 할머니들이 좌판을 깔아 놓은 채 각종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 좌판 할머니들이 판매하는 물건은 대부분 채소류.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좌판행상을 했다는 고모씨(70.여.제주시 건입동).
“유독 더운 올 여름이었지만 찜통더위와 싸우는 것보다 단속반과 숨바꼭질 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과일.야채 좌판 노점상을 하는 고씨는 길에 펼쳐놓은 좌판을 하루에도 2~3차례 접는다.
단속반원들이 수시로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고씨는 동문로터리 일대에서 노점상을 하면서도 단속반원들이 중앙로 부근에 도착하는 것까지 직감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단속반원과 ‘원수지간’이지만 대부분 손자뻘 되는 이들과 이제는 어느 정도 ‘친숙’한 사이가 됐다.
“일부 단속반원들은 단속에 나서야만 하는 자신들의 어려움도 자주 실토한다”고 소개했다.
좁디좁은 제주지역 특성상 서로 말을 하다가 보면 ‘알고도 모른 채 지내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씨를 비롯한 이 일대 노점상들의 더 큰 걱정은 계속되는 영업부진이다.
고씨 인근에서 좌판을 하는 다른 노점상 안 모 씨(69.여.일도1동)는 “최근 대형 할인매장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그나마 찾던 고객들도 다 빼앗기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 일대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하루 1만~2만원을 벌려고 10시간 이상을 도로변에 앉아 부채하나로 맹위를 떨쳤던 올여름 ‘끝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들은 “요즘같이 장사 안 되기는 처음”이라면서 “원래 두 다리 쭉 벋고 하는 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은 장사가 워낙 안돼 쪼그린 다리처럼 마음도 좁아 진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4132건의 노점상을 단속했다.
제주시는 이들 단속 노점상 가운데 4123건은 현장에서 계도 및 계고처분하고 노점상 영업규모가 큰 9건은 강제철거 했다.
올해 적발된 노점상은 지난해 연건 적발건수 6107건의 67.7%에 해당하는 것으로 올 들어서도 노점행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시는 이에 앞서 2002년에는 2936건의 불법 노점행위를 단속했는데 제주시 지역의 경우 지난해 이후 경제사정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노점행위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시 단속반과 노점상간 숨바꼭질이 매일 제주시내 곳곳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노점상 영업행위가 엄연히 불법인 만큼 민원이 계속 접수돼 하루에도 수차례 단속에 나서 10여건씩 적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행정지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하면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