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의료원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설] 공공의료원 지탄받아 마땅하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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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ㆍ서귀포의료원 도민에게 깊이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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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의 역사를 지닌 제주의료원이 도민 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로는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초창기 의료시설이 보잘 것 없었던 시절 제주의료원은 사실상 유일한 도민 종합의료 시설이었다.

물론 진료진과 장비 면에서 낙후를 면치 못한데다 서비스의 질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부분 의료진의 긍지는 대단했고, 도민들도 충분치 못하나마 병원을 믿고 아픈 몸을 맡겼다.

그런 도민 의료기관이 도민의 신의를 저버렸다.

5년 전 노인전문병원으로 새로 태어난 뒤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더니, 급기야 장례식장 운영을 둘러싼 비리로 지탄의 대상이 돼 버렸다.

새 출발은 새로운 환경뿐아니라 구성원의 발전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제주의료원은 새 시설로 병원의 환경만 달라졌을 뿐, 구성원들의 자세는 오히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행태가 가능한 일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해괴망측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직원의 장례식장 운영 비리는 ‘헌신적 봉사자’라는 공공의료기관 종사사자의 사명감을 철저히 저버린 도민 배신 행위이다.

그것도 장례식장 영업권을 특정업체에 독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댓가로 뇌물을 챙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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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결과를 보면 전직 간부 강 모씨가 2003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장례식장 영업을 독점할 수 있게 해 주는 댓가로 장의업체 대표 강 모씨로부터 19차례에 걸쳐 1600만원을 받았다.

직원인 마 모씨도 같은 기간에 69회에 걸쳐 같은 댓가로 2400만원과 장의용품 납품업자 3명으로부터 56차례에 걸쳐 760만원을 수수했다.

이런 방법으로 장의업체 대표 강 씨가 27개월간 전ㆍ현 직원에게 건넨 돈이 무려 100회에 45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장례는 인륜대사의 마지막 단계다.

사람이 태어나고, 혼인을 하는 일은 경사이지만 부모님 등 가족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는 유족들의 슬픔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제주의료원 일부 직원이 그토록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을 놓고 뇌물을 받아 뒷거래를 했다는 수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이곳에서 장례식을 치렀던 유족들이 느끼는 사실상의 뇌물 비용 부담 등 간접 피해로 인한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의료원은 제주도가 설립한 병원이고, 해마다 3억~5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임직원들의 높은 청렴성은 물론 가장 투명한 병원 관리가 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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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병원 측의 직원 관리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 지도 궁금하다.

수사 결과만 보면 더 윗선의 비리 연루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민들 가운데에는 과연 이들 전ㆍ현직 직원들만의 범행이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 보다 앞서 제주의료원은 지난해 8월 중고품 고압산소 챔버를 납품받아 말썽을 빚은 바 있다. 또, 의료원 자체의 부실 운영으로 원장이 경질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한때 병원 내 폭력 등 내분과 갈등으로 의료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도 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서귀포의료원도 최근 각종 검사에 유효기간이 지난 시약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설사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러도,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의료기관의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

도민 혈세가 지원되는 의료기관인 만큼 주무부서의 지도 감독은 너무나 당연하다.

업무 소홀 등 잘못이 있다면 국장 이하 담당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도 회피해선 안 된다.

하지만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의 환골탈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의료원 원장은 이번 일에 대해 도민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더 이상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경우 형사상 책임까지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이 믿고 찾는 공공의료원으로 거듭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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