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44세 미혼 여성들이 ‘연상녀, 연하남 결혼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동생은 남편이고 누나는 아내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크게 향상된 탓도 있지만,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 연령 대 미혼 여성들은 1990년 5만 명에서 작년에는 23만 명으로 증가 했다.
통계청의 발표한 ‘2006년 혼인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작년에 35~44세 여성 1만1009중 자신보다 어린 남편과 맺어진 경우는 34.8%인 383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여성 가운데 연하남과 결혼한 비율(12.9%)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한 10년 사이에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우리조상들의 몇 백 년을 삶의 철학으로 지켜온 남성중심의 가치관이 급변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요즘 여름에는 특히 여성의 옷차림에서도 그러하다. 배꼽을 드러낸 반토막 티셔츠와 엉덩이, 주요 부위만 가린 핫팬츠와 뾰족한 하이힐 차림의 늘씬한 미녀들의 눈앞을 현란케 한다.
10년 전, 너무 짧은 미니스커트를 경찰관이 단속하던 세월을 떠올리면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시류에 순식간에 적응하는 우리들의 인식이며 가치관의 변화이다.
애초 놀랍고 당황(唐慌)이 되던 강한 부정적 인식이 서서히 세뇌되어 아름다움으로 받아드리고, 급기야는 많은 이성(異性)이 좀더 자극적인 어떤 모습이 없을까하는 관객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여성이 노출은 아름다운 예술일 수 있으며 각박한 사회를 부드럽고, 맑게 하는 청량적인 가치관이 있다.
그러나 여름 청소년들의 혼란, 광란, 스와핑(swapping), 등등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연하남과 결혼문제로 화두를 옮기면, 과거에는 여자 20대에 들어서면 남자는 고객이고 여자는 카탈로그에 실인(put in) 상품이었다.
거기엔 미모를 비롯하여 신상명세서가 상세히 붙어 있다. 정말 무서운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게 남녀 결혼이다.
가격형성 요인은 고르는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용모ㆍ학력ㆍ재산 등 다양하다. 고객은 자기분수나 형편에 따라 적절히 욕심을 조절해야한다.
부부관계는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이런 결혼을 누군가는 두 사람의 잠자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된다는 말이 있듯이 결혼생활은 어려운 삶의 반려의 길이다.
이와 같이 결혼 생활이 어렵다는 의미로 우리 조상 들은 부부철학 가운데 이런 말이 전해져 온다.
10대에는 뭣 모르고 살고, 20대에는 아기자기해서 살고, 30대에는 헤어질 수 없어서 살고, 40대에는 음식솜씨 때문에 살고, 50대에는 서로가 불쌍해서 살고, 60대에는 의지할 데 없어서 살고, 70대에는 병간호하기위해서 산다고 한다. 물론 연하의 남자와 결혼 하는 생활문화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몇 십 년 후에 여자는 폭삭 늙고… 남자는 쌩쌩하다면 부부간의 성생활 밸런스(balance)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이를테면 버틀란드 러셀 같은 사람 말이다. 그의 결혼에 관한 말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결혼을 해서 누가 고통을 주는 자가 되고, 누가고통을 받는 자가 될 것인가 경쟁하는 것을 보면 끔찍해진다.” 대개 결혼 수년 후가 되면 그 문제가 정해지고, 그것이 정해진 후에는 하나는 행복을, 다른 하나는 덧을 갖게 마련이라고 한다.
나이의 언밸런스가 성의 언밸런스로 인한 참담한 가정(假定)을 연상하는 것이 과대망상이라 웃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문인의 주례사처럼 아름다운 오해에서 시작되어 참담한 이해로 끝나는 과정이 결혼이라지만, 그 참담한 이해 과정에서 처음부터 균형이 맞아야만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디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찬 집(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