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뺨 때리기 게임'
[김덕남 칼럼] '뺨 때리기 게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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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편끼리 피 터지게 싸움

한 때 군(軍)에서는 ‘뺨 때리기 게임’이란 고약한 놀이가 있었다. 말이 게임이지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적의(敵意)를 격발(激發)시키는 ‘비열한 병정놀이’였다.

교관은 두 병사를 마주보게 세워놓고 서로 뺨을 때리게 했다. 서로간 미운 감정이 없는 두 사람이다. 처음에는 교관의 퍼런 서슬에 어쩔 수 없이 한 차례씩 마지못해 가볍게 손바닥을 교환한다.

살살 봐주던 손바닥에 회가 거듭 될 수록 힘이 들어가고 결국에는 악에 바친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왕왕 서로 코피 터지고 턱 뼈가 으스러지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교관이나 다른 병사들은 웃으면서 싸움구경을 즐겼을 터였지만 애꿎은 두 병사에게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뿐 이었을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게임이 영락없는 ‘비열한 병정놀이’ 판박이다. 정작 싸워야 할 적은 밖에서 팔짱끼고 싸움구경에 희희낙락하고 있는 데 소위 ‘빅2’라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자기네끼리 서로 할퀴고 침 뱉으며 코피 터지게 싸움만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정권탈환의 고지는 아직도 멀고 험한데 정권을 다 잡은 양 백성은 안중에 없이 교만을 떨고 있으니 나오는 소리다.

나부꼈던 편가르기 깃발

그제(22일), 한라체육관에서 열렸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첫 합동연설회도 마찬가지였다. 예의 그 코피 터지는 ‘뺨 때리기 게임’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고함과 욕설, 꽹과리와 북과 호루라기를 동원한 야유와 상대 쪽 연설 방해, 멱살잡이와 몸싸움 등 악다구니가 따로 없었다.

여기서 수권정당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죽해야 사회자가 “직권으로 퇴장시키겠다”고 고함을 쳤겠는가. 행사 진행요원이 “선관위에 고발하겠다”고 까지 했겠는가. 질서는 실종돼 버렸다.

편가르는 선동과 증오와 분열의 깃발만 나부꼈을 뿐이었다. “함께 가자 우리”는 없었다. 썩은 고기에 달라붙는 하이에나 식 천박한 권력지향만 있었을 뿐이었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10년만에 수평적 정권교체를 바랐던 이들은 그래서 심각한 인지장애(認知障碍)를 경험해야 했다. 피아(彼我)도 모르는 범벅 싸움에 처음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음에는 경악했고 그 다음은 허탈했다. 그러나 지금은 분노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민심은 가만히 머물지 않아

정치인의 정권욕은 배고픈 사람의 음식생각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식욕이 지나쳐 국민을 먹잇감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 사냥이고 협잡일 뿐이다. 국가경영은 연습일수가 없다.

국정은 실험대상일수도 없다. 절박한 국가미래의 생존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국민의 염원을 국가비전으로 집약시켜 국민을 희망의 미래로 이끌어 가겠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통합의 리더십이다. 그러기에 분열정치는 지도자가 타파해야 할 제1의 정치덕목이다.

정치에서의 완승주의나 승자독식 주의는 상생의 씨앗을 짓밟아 버리는 정치적 패륜이나 다름없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배려가 정치 상생의 자양분이다. 한나라당의 ‘제 식구 뺨 때리기 정치 게임’에 비판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열의 정치를 그만두라는 뜻에서다.

한나라당이 만약 갈등과 분열과 대립으로 점철된 참여정부 5년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들 역시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심은 굳어진 고체가 아니다. 언제 흘러가 버릴지도 모를 강물이거나, 언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기체와 같은 것이다.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정치가 아무리 도덕적이지도 않고 사람을 속이는 기술이라고 해도 선거는 최선의 후보를 뽑는 것 아니고 최악의 후보를 낙선시키는 과정인 것을. 그래서 한나라당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는 더욱 엄중하고 매서운 것이다.

김덕남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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