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데레사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 이 섬에 노벨상 수상자 마더 데레사가 아닌, 제주의 여인 데레사가 있다.
소록도병원의 허옥희 간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내도 교회 집사라는 직분 땜에 봉사 좀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는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간호사는 사람이 아니라 천사더라”(박영희 지음·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 ‘천사’가 바로 제주 사람 ‘허 데레사’이다. 소록도는 한센인(나환)집단촌이다.
허 간호사는 이곳의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보며 혈암점검·방청소·운동 ·식사 챙겨드리기를 비롯해서, 대소변 받아내기·목욕·욕창예방·궤양치료 등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이처럼 헌신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허 데레사는, 어찌 보면 ‘바보스런 사람’이다.
이미 23년 전에 형극(荊棘)의 길을 자원하여 “꼭 소록도로 가게 해 달라”고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니 말이다.
꿈 많고 심성 고운 시골 소녀였기에, 그런 미련한(?) 행동이 통했을까.
1984년 여름, 드디어 그는 천주교 제주교구 산하 ‘성 다미안회’의 일원으로 소록도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소록도병원에 근무하는 김삼문 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정착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간절한 소망을 하느님이 응답해 주신 것이다. “온갖 정성과 마음을 다해야 하는 일이어서, 감사와 섬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제 완전한 소록도 사람이 되었다.
다금바리 명인(名人)
다금바리 회(膾)의 명인 강창건 사장이 ‘세계 1백대 요리 거장’에 선정돼, 지구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한겨레신문 · 2006. 11. 18). 강 창건 씨는 제주도의 한 농촌에서 ‘진미(珍味)’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다금바리 한 마리로 무려 32가지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국내 제1인자이다.
그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세계 음식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열린 ‘슬로우 푸드 세계대회’에서 능숙한 솜씨로 당당하게 시연(試演), 관람객과 취재진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강 사장은 이 대회에 참가한 150개국 1천여 명의 요리사 중에서도 100명의 ‘그레이트 쉐프(great chef-최고 저명 요리장)’자격으로 초대받는 영광도 안았다.
강 사장은 권위 있는 국제요리대회에서 제주의 특산물로 우수한 음식을 조리하여 세계에 소개함으로써, 민간외교도 톡톡히 한 셈이다.
사부자(四父子) 박사
아버지와 아들 3형제가 모두 박사인 4부자 박사가문이 있다(사계향우 · 창간호). 몇 년 전 제주대학교를 정년퇴임한 조남기 교수와 아들 은일 · 성일 · 영일 3형제가 그들이다. 조 교수는 본인의 학위취득은 물론, 철저한 가정교육으로 자식 전부를 박사로 키워냈다.
조남기 박사는 자녀들의 훈육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효자로도 이름이 났었다.
장 · 차남이 아닌, 셋째이면서도 홀로 계신 어머니를 극진히 모셔 103세까지 장수토록 하였다.
거기에는 부인 문춘자 여사의 숨은 공이 컸겠지만, 어쨌든 신(神)은 효성이 지극한 이 집안에 ‘4부자 박사’라는 축복을 내려주신 게 아닌가 싶다.
허옥희 간호사 · 강창건 요리사 · 조남기 박사는 모두 시골태생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특히 허 데레사와 강 사장은 당시 경제적인 사정으로 방송통신고와 야간고등학교를 다녀야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녀(聖女) 마더 데레사는 아니지만, 영원한 소록도의 데레사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순전히 독학과 끈질긴 노력으로 세계적 명장(明匠)이 된 강 사장은 또 어떤가. 지성을 다하여 부모님께 효도한 조 교수 가족과 함께 두고두고 우리들의 귀감이 될 터이다.
이들이 모두 같은 ‘사계(沙溪)’출신이어서 고향사람들이 더욱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溪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