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우울증 환자 비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울증이 뭔가.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고립감·허무감·죄책감·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우울증 환자의 비율이 쾌적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에 많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발생 확률이 도시지역일수록 높고, 거주 환경이 불결할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는 점에서도 그 충격은 큰 것이다.
제주가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주 환경이 불결한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찾고 있다. 수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우울증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제주의 높은 우울증 비율은 지난해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26.4%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열악한 경제사정을 반영한 것이며, 사방이 바다로 막혀있다는 폐쇄적인 자연환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원인의 전부는 아닐 터이다.
최근만 해도 해군기지를 둘러싼 도민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행정체계 개편이나 지방선거 과정 등을 통해 불거진 만성적인 분열과 갈등이 도민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우울증이 확산되지 않았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이 우울증이 만연될 정도로 뒤쳐져서는 소용이 없다.
그 동안도 지역경제 살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외자 유치도 말만 무성한 채 실적이 미미하고, 지역상권은 날로 무너지고 있다. 그러니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거기에다 지역현안들은 도민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 투성이다.
이 복더위에, 경제가 살아나고 도민들의 스트레스가 확 풀릴만한 시원한 정책이나 소식은 어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