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고 형제끼리 싸우는 일이 이제는 흔해져 버린 세태에 자신의 간을 이식, 아버지를 살린 효자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영진(25.남군 안덕면 화순리)씨가 아버지 고상호(64. 전 한경면부면장)씨의 병세를 알아챈 것은 지난해 가을.
제주교대 1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던 10월쯤 건강에 이상을 느낀 아버지를 데리고 제주대학병원에서 진단을 해 본 결과 간암말기로 길어야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어릴 적부터 꿈이던 초등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군 제대 후 천신만고 끝에 입학한 제주교대에서의 학업도 접어 버렸다.
2남중 장남이라는 의무감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생피를 먹여 부모를 살렸다는 옛날 효자이야기도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를 살려야한다는 일념에서 백방으로 처방을 알아보던 중 담당의사는 “간 의식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알려왔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한달음에 아버지와 함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을 찾은 두 부자에게 정밀검사를 마친 병원측은 ‘수술 가능’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남편과 아들을 동시에 수술대로 보낸 어머니 양순선(57)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은 탓인지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남편을 간병중인 양순선씨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회복이 좀 더디다”면서 “고향 집에서 혼자 요양중인 영진이가 걱정되서 잠을 좀 체 이룰 수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한 뒤 “의사 말대로 라면 9월말쯤 일단 제주로 갔다가 서울을 오가며 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영진씨는 “천천히 걷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일상생활은 혼자 하고 있다”면서 “서울에 계신 아버지 몸 상태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영진씨는 “경제적 어려움 등 많은 곤란이 있었으나 모슬포본당 주임신부 강다니엘님, 화순성당 선교사 이춘옥 스테파노님 등 주위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아버지를 살린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합쳐져 가능했다고 겸손해 했다.
각종 흉악범죄가 빈번한 시절이기 때문인지 자신의 꿈과 건강을 아버지의 목숨과 맞바꾼 아들의 효심이 눈부시기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