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함정수사' 어디까지
수사기관 '함정수사' 어디까지
  • 김광호
  • 승인 200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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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범의없는 자에 범의 유발할 때 해당"

"길에 쓰러진 사람 보호 안하는 것은 잘못"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대법원은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 대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짜서 범의를 유발케 하고 검거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해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 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A 씨에 대한 절도 혐의 상고심에서 원심(서울중앙지법)의 유죄 판결을 확정하고,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A 씨(51)는 서울 모 공원 옆 인도에 만취돼 누워 있는 B 씨를 발견하고 주변을 살피다가 인도 옆 화단까지 약 10m를 끌고 가 호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훔쳐 달아나려다 잠복근무 중인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이에 대해 A 씨는 경찰의 함정 수사에 의해 검거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에서 “노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경찰관들이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범죄 수사에 이용한 것은 지극히 부적절한 직무집행”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을 가장 우선적인 사명으로 삼고 있다”며 “범죄 수사의 필요성을 이유로 국민인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면서까지 수사에 나서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이른바 ‘미끼’로 이용해 범죄 수사를 하는 것을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같은 사유는 피해자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뿐, 경찰관들의 행위는 단지 피해자 근처에서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스스로 범의를 일으켜 범행한 것이므로 법리상 잘못된 수사 방법에 관여한 경찰관에 대한 책임은 변론으로 하고, 피고인에 대한 기소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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