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데릴사위 공개모집
[세평시평] 데릴사위 공개모집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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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억 원대 재력가의 데릴사위 공개모집이 일파만파로 화제를 낳고 있다.

데릴사위 공개모집이 ‘(주)좋은 만남 선우’라는 카페를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7일인데 그 후에도 이 회사에 재력가 60여명의 데릴사위를 찾아달라고 문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 60명중에는 내년부터 바뀌는 호적법에 따라 외손자들의 성을 아빠가 아닌 엄마 즉 외가의 성으로 한다는 조건을 포함시킨 이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이들 신청자중에 벤처기업의 부사장이라 밝힌 30대 후반 남성은 “재산을 보고 지원한 것이 아니라, 자격요건을 볼 때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신청했다고” 했고, 어느 목사는 “하느님의 뜻”이라며 대기업의 과장인 아들을 대신 신청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참작해가며 꾸며지는 KBS-TV일일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는 신랑의 처가살이를 놓고 실랑이가 한창이다.

이제는 그 동안 부계(父系)가족제도가 법적(민법의 호적제도)으로나 생활 문화적으로도 수명(壽命)을 마치는 사회적 논의로 이해된다.

문화 인류학에서는 남녀가 결혼하면 남자의 집에 사느냐 여자의 집에서 사느냐에 따라 시가(媤家)살이(patrilocal)와 처가(妻家)살이(matrilocal)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부계 가족제도는 유교의 ‘주자가례(朱子家禮)’ 정치 철학으로 조선 시대 국가의 기조(基調)이고 통치이념이다.

그러나 서양의 그리스도교 가부장 가족제도에서는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대리지 않고 딸이 가계를 잇는 전통이 살아 있다.

영국왕실에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 아들 찰스와 월리엄 왕자들이 왕위계승권을 가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유교문화나 기독교문화를 초월해서 결혼문화의 변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는 “겉보리 서 말(三斗)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한다” “처가와 뒷간(toilet)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었다.

이와 같이 과거의 가부장 가족문화가 몇 년 전까지도 불문법적인 문화였는데, 지금의 사회 풍습은 혁명적인 변화다.

이런 처가살이 데릴사위는 부부간의 경제적 종속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남편이 정신적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편을 숨 막힐 듯이 구속됨으로써 서로 사랑해야 할 자아까지 소멸시켜버리는 형태의 가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현제 우리 인류들의 결혼제도란, <성(性 )의 독점과 사랑>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가정의 사랑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앞으로는 결혼관도 점점 사회의 인식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로 인정하고 포용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데릴사위는 무엇보다도 남편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권위도 추락되고 전혀 발언권이 없어 질 것이다. 처가 세력이 드셀수록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게 남편의 위치다.

어느 부부사이에도 보이지 않은 권한 투쟁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처가 등쌀에 아내 앞에서 고개도 못 드는 얼간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편은 가정을 지키는 상징으로써, 아내를 따뜻하고 부성애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수컷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 있을까, 이 도리는 박력과 힘이다.

힘이란 수컷의 세계에서는 건강, 정력, 능력, 실력, 지위, 추진력 등을 모두 포함해, 사랑하는 아내를 보호해줄 수 있고, 다른 수컷의 침범으로부터 보호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힘>을 의미한다.

이런 힘이 암컷들이 세상일에 지쳐 돌아섰을 때 수컷의 가슴에 기대어 울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처가의 등쌀에 고개를 숙이고 돈에 구미(口味)를 당기는 치사한 구석을 소유한 수컷이 무순 힘을 발동하며, 무슨 메리트(merit)로 암컷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남성들이여!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다, 돈을 보는 치사한 구석을 버리고 정의를 존중하는 휴머니즘을 갖자, 그래서 수컷의 힘으로 암컷들의 전기를 발산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남성이 되자.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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