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자연을 만들었으며,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카우프)거나, ‘도시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지, 성벽이나 배가 만드는 것은 아니다’(투키디데스)라는 말들은 인간과 도시의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러니까 신은 모든 생물체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창조했고, 인간은 자신들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의 경쟁력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흘리는 땀의 결정체임을 의미한다.
그 동안 자연과 인간은 상호 교류를 통하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생태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 도시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공간을 부조화와 무질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도시공간 부조화ㆍ무질서
도내 도시개발만 해도 새로운 주택이나 상업용지 공급에 치중하는 시가지 팽창 위주의 양적 성장에 주력한 결과 고유의 자연경관은 물론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는 삭막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파헤친 자리에 콘크리트 건물이나 세우는 등 도시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인식해 특색 있는 공간 창출에 무심한 결과인 것이다. 여기서 ‘디자인 도시’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디자인 도시란 가치가 높은 산업디자인을 통해 지역경제를 튼튼히 하고 도시를 발전시킬 뿐 아니라, 도시의 모습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매력적인 도시환경, 쾌적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도시환경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종합적으로 형태화하고 조직화하는 설계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시스템으로서의 도시계획과 개별공간을 취급하는 건축디자인과의 사이에 있는 중간 공간 디자인이기도 하다.
또한 도시공간 속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인간의 공간 감각에 뿌리를 두고 환경을 실태화하는 행위이거나 생활과 공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 조화시키는 창조행위나 장소에 따른 고유성을 살리는 공간을 창출하고 형성하는 행위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도시가 디자인을 입지 않고서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디자인 도시라는 명제는 모든 도시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가치라 할 것이다.
사실 디자인 도시는 친환경 생태도시를 이루는 밑바탕이 되고, 도시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도시미와 쾌적성을 창출하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환경은 도시미나 그 쾌적성 면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더욱이나 상업주의와 개인주의로 인해 그 디자인은 통일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지난 2001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시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됐던 서귀포시가 디자인 도시 건설에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쉬운 노릇이다.
서귀포시는 시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되고도 기본계획의 용역만 마치고 미적거리다가 결국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옛 남제주군을 흡수해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로 탈바꿈하는 바람에 디자인 도시 계획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제주형 창조도시'에 관심
그런데 최근 제주도가 지역특성을 살린 전통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제주형 창조도시’를 조성키로 함으로써 도 전체를 디자인 도시로 거듭 나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도 전역을 지역특성과 관광ㆍ문화 등 각 유형별, 테마별로 경관 특성을 가진 수 개의 권역으로 나눠 경관ㆍ미관ㆍ고도지구를 비롯해 디자인 심사제도, 조망경관, 해안경관, 중산간 경관, 색채, 건축물, 공공부문 디자인(가로시설물, 옥외 광고물, 표지판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한다는 것이다.
도시를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지리ㆍ지형적 특성과 천혜의 자연환경 및 유ㆍ무형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도시의 정체성 확보는 필수며, 이를 공공디자인과 조화를 이뤄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디자인 도시의 부활을 꿈꿔 본다.
김 원 민
논설위원/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