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찾아서(4)-(주)한라환경
중소기업을 찾아서(4)-(주)한라환경
  • 한경훈 기자
  • 승인 2004.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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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다 자원재활용이다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는 ‘머리와 행동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폐타이어를 활용해 탄성고무블럭과 매트를 생산하고 있는 (주)한라환경 오태흠 대표는 제주환경 정책의 실태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제주시 회천동에 위치한 (주)한라환경은 도내에서 발생하는 폐타이어 대부분을 수거, 이를 원료로 고무블럭 등을 만듦으로써 환경보전과 자원재활용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는 환경사업체.

한라환경과 같이 폐타이어 수거에서부터 고무블럭 생산에 이르기까지 한 기업에서 일괄처리하고 있는 사업체는 전국적으로도 3~4군데뿐일 정도로 손꼽힌다.
특히 최근 들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싹트면서 사전예방책 못지않게 폐기물의 재활용부문이 눈에 띄게 강조되고 시점에서 한라환경의 사업성격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자동차 관련업종에서 일하던 오 대표가 폐타이어 수거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처음에는 단순 수거에 그치다 타이어 파쇄기를 접하면서 이를 도입, 분말을 만든 뒤 강원도 시멘트 공장에 연료로 제공하다 이 납품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폐타이어를 이용해 탄성고무블럭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도내에서 발생하는 소형 폐타이어 거의 전량(25~30만개)을 자체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폐타이어 수거-파쇄-분말-선별-평형-성형 등 생산공정이 복잡한 관계로 일반 콘크리트 블록에 비해 가격이 2.5배 가량 비싸 일반인은 물론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마저 외면하고 있어 공장가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 야적장에서는 연간 생산량 1000톤에 절반인 500톤의 고무블럭이 쌓여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오 대표에 따르면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제주에서 폐타이어를 수거해서 도외로 반출하는 등 체계적으로 처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가 폐타이어 재활용사업에 관심을 갖자 당시 행정에서는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등 반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자 선진국처럼 갖가지 특혜는 고사하고, 자원재활용을 지원해야할 자치단체마저 개인사업으로 치부, 너무 무관심한 것에 그는 ‘섭섭함’을 갖고 있다.

더욱이 한라환경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환경부의 공공기관 재활용 우선 구매품목으로 고시돼 있고, 산업자원부의 GR품질인증도 받은 상태다.
오 대표는 “말로는 환경산업 육성 운운하지만 환경사업체에 세금감면이나 하다못해 전기료를 절감해 주는 등 피부에 와 닿는 지원도 없고, 그렇다고 자치단체가 재활용품 구입에 열성을 보이지도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일부 자치단체의 환경부서는 한라환경의 사업성격을 이해, 관심을 보이나 실제 제품구매와 연결되는 부서에 가면 사정이 다르다”라며 자치단체의 환경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이 지난 4월1일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재활용품에 대한 구입 조달을 의무화한 ‘그린구입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에 자치단체 등이 유념할 대목이다.

오대표도 “이왕 들어선 길이니 어렵지만 끝까지 가볼 생각”이라며 “그렇지만 대형공사에 재활용품의 일정부분 사용 의무화 등 환경사업체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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