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악법도 법이다
[세평시평] 악법도 법이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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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사백여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그 당시 신에 대하여 불경건하며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그 때 많은 친구들이 악법을 따르지 말고 도망치라고 강력히 권했지만 “악법도 법이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준법정신의 모범을 보이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한번 반항도 하지 않고 사형을 당했다. 왜 그랬을까? 바보라서 그랬을까?

소크라테스는 과연 바보라서 도망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친구와 제자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랬을까? 아니다. 아닌 것이다. 악법도 그 법을 고치기 전까지는 법인 것이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악법을 그대로 두고 따르자는 말이 아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비난받을 정도로 악법이라면 입법기관을 통해서 고치면 되는 것이다.

고치기 전까지는 그 나라 국민이면 현재 있는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지금 시대로 눈을 돌려본다면 소크라테스는 바보같이 사형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소크라테스라고 목숨이 아깝지 않았을까?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악법이지만 법이기 때문에 그 법을 지켜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그 악법을 지킴으로써 그리스는 지금까지 질서가 바로서고 법 앞에 국민은 평등하였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이천 사백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죽어서도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때 소크라테스가 법을 지키지 않고 논리적으로 따지며 반항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그리스의 법질서는 엉망이 되고 소크라테스는 오늘날까지 살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법(法)이란 글자를 보면 물 수(水)변에 갈 거(去)로 이루어 졌다.

물이 흐르는 대로 간다는 뜻이 된다.

원칙 없이 아무렇게나 귀에 걸면 귀걸이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 되는 것처럼 되는 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다.

물은 원칙이 있다.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대로의 확실한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은 곧 자연의 순리이다. 자연의 순리는 아무도 거스르지 못한다. 만약 거스른다면 곧 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법(法)이란 글자가 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순리에 따라 법을 만들고 그 순리에 따라 온 백성이 그 법을 잘 지켜 법 앞에 그 나라 국민이면 억울함 없이 평등하여 다 같이 잘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법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영 아닌 것 같다. 법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웃어른부터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법을 전공한 대통령이나 된 어른이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라서 그런 황당한 말씀을 했을 리도 만무하고 그것도 아니면 법을 너무 잘 알아서 국법을 무시하고 그런 황당한 말씀을 하셨다면 전자보다 후자가 더 큰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헌법을 송두리째 뭉개버린다면 앞으로 법질서가 엉망이 되고 그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막대한 것이다.

아직까지 내가 알기로는 그런 황당한 말씀을 하시는 대통령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가 더 큰문제다. 백성들이 그 본을 볼까 걱정이다. 웃어른인 대통령부터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데 아래에 있는 백성들은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사고로 변해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그렇게 되면 법질서가 무너져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무질서한 ‘막가파’ 사회가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   길   지
소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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