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절호의 찬스 앞에서
[세평시평] 절호의 찬스 앞에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때 맞춰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국내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도민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제주 섬 전체가 환희에 넘쳐 거리마다 축제를 열고 자축파티를 벌여야 할 것 같은데 흥이나 보이지 않습니다.

한·미FTA체결 때문에 상실과 허탈감으로 시름이 깊어가는 감귤농가와, 해군기지 유치 논쟁으로 인한 도민간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도민사회가 왠지 먹구름이 잔뜩 끼인 날씨처럼 우울하게만 보입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님의 생애 처음으로 발표한 ‘도끼 한 자루’라는 시 한 구절을 음미해봅니다.

‘25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날 때/ 그들의 손에 들려있었던 최초의 돌도끼/ 맷돼지를 잡던 그 도끼날로 이제 너희들을 가로막는/ 이념의 칡넝쿨을 찍어 새 길을 열 것이다/ 컸다고 아버지의 손을 놓지 말거라/ 옛날 나들이 길에서처럼 아버지의 손을 꼭 잡거라/ 그래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차린 저녁상 앞에 앉을 수 있다/’ 중략 제주도는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돌무더기로 이뤄진 척박한 땅에 거센 바람이 휘젓는 쓸모없는 곳으로 여겨 유배지에 불과했습니다.

늘 변방으로 취급되고 1%의 논리로 경시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며 지내온 제주인 들입니다.

조국해방의 감격을 맞이하기에 앞서 이념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수만 명의 무고한 민중의 목숨을 뺏어간 4.3의 아픈 상흔이 치유되지 못한 체 60년이 흘러갑니다.

그러한 제주도가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로 인해 한반도에 속한 대한민국의 1%인 제주가 아니라 세계의 제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21세기 대양의 시대에 조국의 전초기지로써 화려하게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정부에 요구하고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정부정책의 청사진을 촉구할 때입니다.

1년 전 정부가 국가존립에 관계되는 외교, 국방, 사법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자치권을 부여한 고도의 자치도를 만들겠다며 특별자치도를 만들어 출범시켜놓고 타 지방과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정작 추진동력인 항공자유화와 법인세 감면, 전지역면세화 등을 실현하지 않아 특별한 게 없는 특별도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은 지방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거둬들인 국가세금도 지역에서 사용하고 국가통제가 아닌 지역의회의 통제아래 중앙정부의 모든 권한을 이양 받아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한 결과 10년 전만 해도 전국 최하위의 소득수준을 면치 못하다가 지금은 수도 리스본 다음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자치주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마데이라 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에 대해 정부의 실현의지가 있다면 권한이양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은 국가정책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전용타운이라도 조성되어 원어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있다면 어학연수를 위해 해외로 몇 조원 씩 유출되는 국고유출은 막을 수가 있습니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 특별하다는 것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에서 벗어나 정부시책의 특별한 적용을 의미합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세계의 시선의 우리를 향하고 세계인의 발길이 제주를 찾을 때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제주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함으로써 그들의 주머니를 제주특별자치도에 맡기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도민들도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어머니가 즐거운 모습으로 저녁밥상을 차릴 수 있게 해야 되겠습니다.

자연보호라는 절대적 미래가치를 존중하면서 발전지향의 현재가치를 극대화 하기위해, 또한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희생은 감내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미래의 영광은 개척자에게 주어지는 부상입니다.

전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우리가 지향할 현재가치를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해 볼 때입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는 ‘공동체 의식 함양’ ‘발전으로의 지향’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