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말(馬)이고 정치는 마차다. 말은 마차를 끌 수 있지만 마차는 말을 끌 수 없다”.
경제는 정치를 끌 수 있지만 정치가 경제를 끌 수 없다는 말이겠다.
계속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지론이다.
그는 권력과 부를 한 손에 움켜쥐고 있다. 풍요로운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의 최고 통치자다.
그런데도 2011년까지 석유 없이 살수 있는 경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탈(脫)석유경제를 꿈꾸고 있다. 스스로도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로 자처하고 있는 그의 경제 올인 정책으로 지금 두바이는 ‘사막의 기적’을 일구고 있다. 그래서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호텔, 세계 최대 테마파크, 인공섬, 사막위의 스키장과 잔디 골프장, 바다속 20m까지 내려가는 세계 최초의 수중 호텔 등등, 두바이 프로젝트는 거의가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최대의 명찰을 달고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의 2배크기(3885㎢) 정도의 작은 도시국가에서 이처럼 세계가 놀라는 기적을 쉴새없이 뿜어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실천하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원천이다.
한쪽에선 '말만 많은 리더십'
그런데 왜 뜬금 없이 ‘두바이 타령’인가.
갓 돌이 지난 제주특별자치도의 허상(虛像)에 그야말로 뜬금 없이 ‘두바이의 기적’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비교할게 따로 있지 하필이면 두바이와 제주특별자치도냐”는 힐난이어도 어쩔 수 없다.
지도자 탓만은 아니라 해도 한 쪽은 기적을 일구는데 한쪽에선 헛소리에 취해 절망만을 엮고 있으니 나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말만 많은 지도자 보다 실천하는 지도자가 부러워서 하는 소리다.
지난 1일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년을 되돌아보는 도민들의 마음은 그래서 영 개운하지가 않다.
정부는 제주도를 특별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국방과 외교.사법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연방정부나 준 독립국가 형태에 가까운 특별한 자치도를 만들 것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의 꿈을 꾸게 됐다. 이른바 ‘홍가포르 프로젝트’는 여기서 비롯됐다.
얻은 것 없이 잃어버린 1년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사탕발림이었다.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관광객 부가가치세 인하, 항공자유지역화 등 제주도의 이른바 ‘빅 3 규제 완화 요청’을 타 지역과의 형평성과 정부정책 영향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주도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겠다고 꼬드겨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기초자치단체 마저 폐지 해버리고 이제 와서 조례하나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도민에 대한 정부의 기만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도민의 삶의 질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행정서비스는 후퇴했고 민원처리는 불편해졌다.
그러기에 정부가 지방분권 정책 실험용으로 특별자치도라는 탈을 씌워 제주도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도민 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같은 의혹이 긍정된다면 정부는 제주도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고도의 자치권이니, ‘홍가포르’니 갖은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도민을 우롱한 것이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특별자치도 1년. 풀뿌리 민주주의만 빼앗아 버린 특별자치도. 그래서 도민들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허상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홀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이처럼 특별하지 않는 자치도로 방치 됐을 때 도민적 저항이 어떻게 분출될 지가 걱정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제주특별자치도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못 다한 지원을 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김 덕 남 (주필)